오늘은 시끌벅적한 홍대에서 놀다 지친 분들을 위해 홍대를 벗어나 조용히 산책하거나, 가볍게 배를 채우거나, 분위기 있게 한 잔 할 수 있는 데이트코스 겸 산책코스를 소개하려 한다.
서울에 가볼만한 곳 중 10년이 지나도 사람이 줄기는 커녕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 바로 홍대. 친구들의 성화에 따라나선 분들 중 홍대의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오래 못 견디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혹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전에는 즐거웠던 그 분위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로 나)
카카오 맵 경유 지도 링크를 첨부하니 참조하시길 - 필자는 표시된 경로 중 '최단거리'를 추천한다
(*모바일에서는 경유지가 뜨지 않으니 PC로 확인 부탁 드립니다.)
오늘 소개할 서울에 가볼만한 곳 코스는 홍대 클럽거리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하고, 상수역을 거쳐 합정역으로 걸어가는 코스이다. 표시한 코스로 걸으면 딱 29분 걸린다. 요즘같이 완벽한 날씨에 조용히 가로수 단풍을 즐기며 걷는 것도 딱 이 가을에나 즐길 수 있는 행복인 것!
경유 1과 경유 2는 상수역 근처 국수맛집과 분위기 깡패인 합정역 근처 카페의 위치이다. 이 두 곳을 들러도, 들르지 않아도 무방하다. 다만 식사를 이미 해결했거나, 꽤 취한 상태여도 이 두 가게에는 가볍게 즐길 만한 메뉴가 구비되어 있어 소개해 보았다.
홍대클럽거리에서 극동방송을 지나 쭉 내려오면 상수역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이 이번 서울에 가볼만한 곳 가을밤 데이트코스 & 산책코스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상수역 1번 출구. 길을 건너면 바로 상수역 4번 출구가 나온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상수 카페거리로도 유명한 상수역 핫플레이스 밀집 지역이 자리하고 있다.
저 건너편 2층 가게는 자주 상호와 인테리어가 바뀌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여기에서 길 건너 왼편 4번 출구 방향으로 직진하면 된다. 역에서 가까운 것을 좋아한다면 이 근처에도 상수역 맛집이 많으니 이쪽에서 식사를 해결해도 좋다.
상수역 4번 출구에서 GS25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가는 길 건널목 건너편에도 분위기 있는 가게들이 많다.
하지만 꾹 참고 일단은 GS25가 나올 때까지 걷는 것을 추천한다. GS25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구경할 것이 아주 많기 때문.
이 골목을 발견했다면 거의 50%는 찾은 셈이다. 이곳이 바로 상수역 카페거리인데, 이 길을 따라 쭉 직진하는 게 이 코스의 메인이기 때문. 진입로에서부터 느낌 있는 상점들이 보인다.
10m만 걸어가도 가을밤을 만끽할 수 있는 루프탑 펍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맛집의 기본형, 고깃집들도 많고, 해물 포차나 미식 주점도 즐비한 서울에 가볼만한 곳 대표주자 상수 카페거리.
육해공은 물론 고기 중에서도 닭, 소, 돼지, 양 할 것 없이 가성비와 퀄리티 좋은 맛집들이 즐비한 서울에 가볼만한 곳, 홍대 데이트코스. 당일에 잡은 투뿔 한우로 만든 육사시미를 파는 곳도 있다.
바로 '술 주' 자를 쓰는 주(酒)무대. 주무대 오른편으로는 오래된 이발관의 레트로 감성을 살린 주점도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 이날 주무대는 소주를 한창 달리고 계시던 시끄러워 보이는 팀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가을밤과 어울리는 술 한잔 모양의 네온사인.
예술인과 예술학도들의 영원한 아지트 이리카페. 예전 홍대 쪽에 위치해 있을 때 많이 갔었더랬다. 지금도 누구나 조용하게 자리에 앉아 글이나 그림을 끼적일 수 있는 열린 공간. 생맥주와 감바스 알 하이요 같은 간단한 안주도 팔고 있다. 향 좋은 커피는 물론이다.
취향껏 개성 있는 아이템을 겟할 수 있는 작은 공방들도 몇 있다. 밤 시간까지 여는 곳은 많지 않으니 잘 봐 두었다가 낮에 다시 찾도록 하자.
그런가 하면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 바리스타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곳들도 있다.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잇드링크앤비메리도 예전에 종종 가던 곳인데, 싱글몰트 위스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곳 중 하나이다. 칵테일도 꽤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칵테일이나 리큐어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이 골목에는 아주 많은 편. 취향에 맞는 리큐어(리큐르라고도 하는데 리큐어가 발음상 맞는 것 같다.)가 있는 집에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
하우스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캐주얼 레스토랑. 주말 저녁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기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이 거리. 홍대 근처 데이트코스로 손색없는 서울에 가볼만한 곳 특집이 될만하다.
상수역 카페거리의 끝자락에 있는 '틈'이라는 와인바도, 안쪽에서 앉아 바깥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기 좋은 곳이다. 선곡도 무척 좋은 편. 한창 추운 겨울에 왔던 기억이 있다.
서울에 가볼만한 곳 중 홍대 데이트코스, 상수역 카페거리를 쭉 걷다 보면 오른편 비탈 아래로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당인동 국수공장'이 등장한다. 마치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같은 이곳은 메밀국수를 직접 뽑는 서울 국수맛집으로도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는 이곳 동네 주민의 추천을 받아 카카오 맵에 저장해 두었던 곳이다. 전국구 국수맛집으로 꼽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메밀면 맛집으로 강력 추천할 수 있는 곳.
무엇보다도, 사계절 날씨를 뚜렷이 느낄 수 있는 앞마당 테이블 인테리어가 일품이다. 음식 맛은 더해주고 술은 덜 취하게 해주는 곳이랄까.
오래된 가옥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당인동 국수공장의 외관. 가을밤 날씨가 예술이다 보니, 손님 전부가 바깥 테이블에 자리하고 있었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곱창전골이나 어복쟁반을 시키는 테이블도 많았는데, 우리는 크게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국수맛집 당인동 국수공장의 대표 메뉴인 메밀국수 단품 두 가지를 먹어보기로 했다.
정통 메밀면을 평양냉면식으로 담아낸 당인냉면과 향긋한 들기름 메밀면을 주문했다. 날이 너무 좋아 호랑이막걸리 한 병과 곁들일 녹두전도 하나 추가 주문하기로 했다. 당인냉면은 7000원, 들기름 메밀면과 녹두전은 8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패키지가 고급스럽게 바뀐 호랑이막걸리. 가을밤에 제격이지 않은가! 밤바람에 나뭇잎이 살랑이는 풍경을 보며 마시는 막걸리 한잔이란, 힐링이 따로 없는 것. 호랑이막걸리는 애주가라면 모를 리 없는 밸런스 좋은 최상의 막걸리이다. 신맛도 없고 단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아주 깔끔하기 때문에 음식과의 조화가 아주 좋은 막걸리로 꼽힌다.
들깨가루가 담뿍 올려진 들기름 메밀면. 직원 분이 서빙하러 오는 동안에도 들기름 향이 확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편육 두 점과 배, 계란 노른자 고명이 얹어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 접시가 아주 커서 보기보다 양이 정말 많다. 파스타 접시처럼 얕은 접시가 아니라 안쪽까지 볼록한 볼이어서, 정말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첫맛부터 끝 맛까지 강렬한 들깨 파티! 들깨를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다면 격파하기 힘들 수 있지만 순댓국에도 들깨를 들어부어 먹는 나로서는 극강의 한 접시였다.
뒤이어 나온 정갈한 당인냉면. 평양냉면을 좋아한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이다. 슴슴한 국물의 맛이 가을밤 같다. 들기름 메밀면과의 조합이 아주 끝내준다. 냉면 한입, 들기름 메밀면 한입 번갈아 먹게 되는 마성의 조합.
그리고 두께가 장난이 아닌 녹두전! 가격만 보고 사이드 메뉴처럼 나올 줄 알았던 우리 커플을 당황케 한 양과 퀄리티였다. 광장시장 빈대떡 퀄리티로 나오는데 기름은 그보다 적어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막걸리와 환상의 조합. 안에 꽤 두툼한 돼지고기 슬라이스도 많이 들어있어, 풀떼기만 먹는 느낌(?)을 상쇄해준다!
예상보다 혜자로운 서울 국수맛집 당인동 국수공장 덕에, 배가 꽉 찬 우리는 합정까지 슬슬 걷기로 했다. 그것이 서울에 가볼만한 곳 특집 홍대 데이트코스를 발견한 계기가 되었다. 상수역 카페거리에서 쭉 내려가다 보면 유니골프장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당인동 국수공장 바로 옆이다. 이쪽으로 빠져나가면 바로 합정역 뒤편으로 이어진다.
유니골프장 앞에서부터 합정역으로 가는 길에는 당인리 발전소 리뉴얼 공사가 한창인데, 그 틈을 타 공사장 외벽 앞 갓길에는 관광버스 등 대형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최소 주차 맛집..) 서울에 가볼만한 곳 중 홍대 데이트코스 방문 시 특히 고민되는 주차 부분을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할 수 있는 꿀팁. 이미 꽤 많은 차주들이 알고 있는지, 개중에는 일반 승용차는 물론 스포츠카도 끼어 있었다.
당인리 발전소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홍대 데이트코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정말 조용한 카페, 하이네스가 나온다. 자세한 분위기와 설명은 아래 링크에 자세히 게재되어 있다.
https://mintviolet.tistory.com/10
역시 밤에 와보니 더욱 분위기가 좋은 서울에 가볼만한 곳, 하이네스 카페바. 평일 낮이었던 지난번보다 더 손님이 많았다. 배도 부르고 해서, 다른 커피 음료보다는 칵테일 한 잔 씩을 주문했다. 평소 너티한 베이스를 좋아하는 나는 하이네스 시그니처 메뉴인 아마레또 블랙을, 남자 친구는 과일향이 짙은 냉정과 열정사이를 주문했다. 이 역시 시그니처 메뉴이다.
커다란 얼음을 감싼 짙은 커피향 칵테일, 아마레또 블랙. 살구씨 오일이 들어가 너티한 맛의 리큐어 아마레또가 주재료이다.
남자친구가 주문한 냉정과 열정사이. 보드카를 베이스로 레몬과 오렌지주스, 체리 등의 과일향이 가득하다. 아래 붉은 시럽까지 모두 섞어 마셔야 맛있다고, 바텐더 분께서 친절히 말씀해 주셨다.
오늘은 씹으면 땅콩크림 맛이 나는 고소한 과자도 주셨다.
분위기에 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결국은 뭐든 움직여서 해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을 내리고, 다시 산책을 했다. 당인리 발전소에서 합정까지 가는 길 가로수가 붉게 물들어 가을밤 정취를 더해주는, 산책하기 좋은 홍대 데이트코스. 분위기에 취해 걷다 보니 뒤로 갈수록 거리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하이네스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문라이즈라는 카페가 나오는데, 거기서 우회전을 해서 쭉 올라가면 합정역이 나온다. 7번과 5번 출구 사이 쪽으로 빠질 수 있다. 만약 좀 더 걷고 싶다면, 한강 공원까지 나갔다가 오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여기서 헤어지기 아쉬워 평소 자주 가는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홈플러스에 들러 고양이 간식 쇼핑까지 알차게 끝냈다.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홈플러스 입구 근처에는 누구나 와서 앉을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이 여럿 비치되어 있으니 아쉽다면 마실거리를 사들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상으로 서울에 가볼만한 곳 홍대 데이트코스 조용한 맛집, 조용한 카페 편을 마무리하려 한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쉬운 짧은 가을,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조용하고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시길.
* 본 포스팅은 고독한 미식 집사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직접 지불하고 먹은 곳 중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만을 선별하여 작성된 것임을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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