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부권에 사는 우리 커플은 늘상 합정 혹은 당산역에서 데이트를 즐기고는 하는데, 합정데이트코스를 항상 가던 곳으로만 가다 보니 더욱 새로운 분위기의 코스를 짜는 것이 녹록지 않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이 집이다! 하고 유레카를 외치며 주 3회도 넘게 들르던 합정데이트코스는 또 금세 수요미식회와 같은 매스컴을 타며 대기 시간이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가기도 하고, 그런 식이다. (눈물...)
그럴 때면, 우리 커플은 잘 걷지 않던 골목으로 방향을 선회하고는 하는데, 합정 분위기 있는 카페겸 칵테일바인 하이네스(Highness)도 그렇게 우연히 맞닥뜨린 곳이었다.
반층 내려가야 하는 곳이라 자칫하면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센스 있는 투명 입간판이나, 모던한 상호, 은은하면서 고풍스러운 조명이 매혹적으로 다가와 계단을 내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새로운 합정데이트코스의 탄생!? 합정역 근처 맛집 중에는 그저 그런 24시간 프랜차이즈 카페나 밥집이 많은데, 이렇게 분위기 있는 카페를 만나니 기분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커피도, 칵테일도 수준급일 것만 같은 내공이 느껴지는 글귀와 메뉴! 낮과 밤, 언제든 그윽한 향의 커피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니... 칵테일과 커피를 좋아하는 우리 커플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합정데이트코스를 개척하러 대낮부터 서둘러 나선 우리. 첫 손님이었다. 카페 간판과 같이 차분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젊은 청년 사장님께서 (우리 커플보다는 인생 선배님이실 것 같은!) 오픈을 준비하고 계셨다. 높은 천장고와 공간에서 느껴지는 앤틱 + 모던함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특히 목재로 마감된 천장과 포인트로 사용한 금속 이탈리아 문양들이 너무나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서 놀랐다.
미니멀하면서도 화려한 공간의 느낌이 정말 좋다. 소품 하나하나 신경 쓴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했다. 특히 벽면의 밝은 회색 콘크리트와 금속 장식물의 조화가 가장 놀라웠다.
언젠가 마련할 신혼집의 서재 벽면이 이랬으면,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든, 합정 분위기 좋은 카페 하이네스. 앤틱 소품이라 하더라도 일부 대중화된 제품들의 경우 이집 저집 겹치는 것들이 많은데, 하이네스의 소품들은 다른 곳에서 본 적 없는 조명과 장식장, 바 테이블이었다.
고전 방식의 유리 가공법으로 만든 양초 스탠드. 좀 더 어두울 때 다시 보고 싶은 분위기 있는 소품이다.
낮과 밤, 언제든 아름다운 향취를 마시고, 즐길 수 있는 합정 카페바 하이네스. 합정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친구가 놀러 왔을 때 꼭 데리고 올 만한 곳이다. 실제로 우리가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인 일행이 있는 손님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커피와 칵테일 모두 시그니처 메뉴가 구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짙은 풍미의 리큐르들도 다수 구비되어 있어 매니아 층도 자주 들를 수 있을 것 같다. 겨울 한정이라는 저 눈 내린 딸기를 먹어 보러 겨울에도 꼭 다시 한번 들를 생각이다. 이태원에서 갔던 곳들보다도 훨씬 가격이 저렴해서 깜짝 놀랐다. 가격 경쟁력 무엇?!
커피도, 칵테일도 놓칠 수 없는 나는 모카마티니를, 남자친구는 로얄밀크티를 시켰다. 우리는 바 자리에 앉았는데, 뒤편으로 두 테이블 정도 프라이빗 룸이 구비되어 있었다. 젖혀진 커튼 뒤로 좌석이 보이기는 하지만 인원이 차면 닫아주시기도 하는 듯했다. 다음에 각 잡고 바틀로 마실 때는 룸으로 앉아도 될 것 같다.
반대 편 벽도 통창이어서 반지하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채광이 좋았다. 밤이 깊어지면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을 것 같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올드하지 않은 느낌이 너무나도 멋진 곳. 가장 안쪽 끝에 앉은 남자친구가 하이네스의 인테리어를 감상하고 있다. (ㅋㅋ)
기다렸던 모카마티니가 나왔다.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약하지 않은 농도! 입맛에 꼭 맞았다. 너무 달면 뒷맛이 텁텁한데, 그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잘 조절해 주신 것 같다. 알쓰 남친도 한 입 먹어보고는 오! 라고 감탄을 연발.
다음은 잔이 너무나 예쁜 로얄밀크티. 고급 잔에 나오느라 양은 적은 편이지만 첫맛을 잊을 수가 없다. 여기 혹시 밀크티 맛집인가? 싶을 정도로 파우더리한 맛이 없고 진짜 밀크티의 풍미가 가득하다. 밀크티 마시러 또 가야 할 정도. 두 번 가야 한다.
밀크티와 칵테일 두 잔을 호로록 마시며 바라 본 풍경. 정말 정갈하고 예쁘지 않은가? 심지어 이 부분이 이 가게에서 가장 '덜' 예쁜 부분이다. 싱크대와 각종 안주들이 여기에 비치되어 있기 때문. 그럼에도 이 안쪽이 제일 아늑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
한 잔만 마시고 가기 아쉬워 하이볼도 하나 시켜 보았다. 하이볼은 라임 때문인지는 몰라도 보통 마시던 것보다 조금 단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집트 잔(?)스러운 칵테일 잔. 입술에 닿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깔끔한 계산대 옆, 입구 앞 모습. 저런 소품은 어디서 구하시는 걸까? 직사각형 갓과 전구 모양 금속 재질의 본체가 미친 센스를 자랑한다. (이 집 최소 인테리어 맛집...!)
계산을 마치고 나오며, 아까는 보지 못한 유리문에 덧댄 원목 포인트 클라스에 지려버렸다. 새로 개발한 합정데이트코스 첫 순례지 하이네스! 저녁 시간대에 또 와야지. 나만 알고 싶은 합정 분위기 좋은 데이트 맛집, 하이네스. 합정동 명소로 오래오래 남아주시길!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 35
*합정역 7번출구에서 스타제국 방면으로 쭉 걷다 좌회전하면 길가에서 바로 보입니다.
* 본 포스팅은 고독한 미식 집사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직접 지불하고 먹은 곳 중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만을 선별하여 작성된 것임을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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