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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미식리스트 Foodies List

강남 청키면가, 홍콩식 완탕면 한 그릇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0. 11.

 

 

지난 수개월 간의 울적한 일들을 지워내려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심리치료센터가 몇 해 전 근무했던 회사 근방이기에 그때 줄 서서 먹던 맛집에 들러 보았다. 오늘처럼 화창한 시월엔 미식 치료도 괜찮겠지. 😊

 

 

 

 

햇살 드리운 강남 청키면가의 창가 바 테이블은 고독한 혼밥러에게는 최고의 자리이다. 한적한 강남 우성아파트길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며, 주문 후의 짧은 기다림조차 잊을 수 있는 곳.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괜스레 메뉴판을 펼쳐본다. 우선은 새우완탕면 (9,000원) 한 그릇, 그리고 생으로 된 마실 것(?) 한 잔. 청키면가는 미슐랭에서 선정한 홍콩의 10대 면 전문점에 이름을 올린 유명한 미식 브랜드이다. 한국에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들어왔지만 계란면 등의 비법을 꽤 근사하게 전수받은 것 같다.

 

 

 

 

 

홍콩식 채소 데침요리 초이삼이나 카이란 정도를 사이드 디쉬로 주문할 수 있다. 여럿이서 온다면 매운 치킨인 라즈지를 먹어볼 수 있으련만... 오늘은 고독하게 단품 메뉴에 취해보자. 건대 양꼬치집에 가면 서비스로 주기도 하는 다진 마늘을 곁들인 오이무침도 있는데 5,000원이다. 이건 건대 가서 먹는 걸로...

 

 

 

 

마실거리가 많이 구비되어 있지는 않다. 요리를 먹으러 온다면 시킬 만한데, 강남역 근처에는 워낙 갈 곳이 많으니 저녁에는 잘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근처 고깃집이 워낙 괜찮아서 연말 모임을 항상 그쪽에서 하는데, 청키면가도 늦게까지 연다면 2차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완탕면과 마실 것의 조합은? 조금 심심한 편. 그래서 고추기름 가득한 라죠장과 적식초, 백후추의 마법이 필요하다. 백후추를 후춧후춧 뿌리고 한번 맛을 본 다음, 적식초를 1~2번 둘러준다. 라죠장을 국물에 섞은 후, 면과 완탕을 한입씩 먹을 때마다 조금씩 덧발라 가며 먹으면 제맛. 다 섞인 후에는 라죠장의 풍미가 살아나지 않으므로 약간 덜어 놓고 그때그때 찍어먹는 게 더 맛있다.

 

 

 

이 라죠장은 혀에서는 별로 맵지 않다. 그렇다고 무한정 국물에 넣다 보면 뱃속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고함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속에서 매운, 진짜 매울 '라'죠장이다.

 

 

 

꼬들꼬들이라기보다는, '오독오독'한 경쾌한 식감의 계란면. 가끔씩 격렬하게 생각나는 맛이다. 이 비율의 비법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하늘 아래 같은 핑크도 없고, 같은 식감의 면도 없다.

 

 

 

만두피 고이 접힌 아름다운 새우 완탕! 입에 넣기 전 라죠장에 톡 찍는 것을 잊지 말자. 

 

 

 

새우 완탕을 한입 베어 물면 탱글한 새우의 식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새우가 잘 보이새우? 🍤🍤🍤

먹다 보니 화장한 오늘 날씨에 걸맞은 텐션이 필요해진 고독한 집사. 급기야 추가 주문을 외친다.

 

"여기 새우완탕튀김 추가요!" 

 

6,000원에 다섯 피스에 불과하지만, 어제 참았으니 오늘은 좀 맘껏 먹기로 한다.

 

 

 

거 집사 양반, 혼자 와서 잘도 먹네. 소스가 스마일을 날려 준다. 새우완탕튀김의 플레이팅 모습은 미약하지만 입 안에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얇은 피가 극도로 바삭해져 ASMR 수준의 유혹적인 크런치 사운드를 내주는 것. '쿠아오앙' '바사삭' 소리가 나자 옆 테이블 손님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건 못 먹어봤는데 소리가...@!%^ 진짜 맛있겠네, 라는 BGM을 뒤로하고 한 접시를 순삭. 

 

 

 

여기에도 가득한 새우. 물론 새우가 아주 크고 튼실한 녀석은 아니다. 딤섬에 들어갈 만한 자잘한 새우들이 여러 마리 들어가 있다. 작은 것들이 뭉쳐 있으니 식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오늘도 잘 먹고, 마음 한 켠을 땜질하고 갑니다. 항상 친절하고 밝은 사장님들께 감사했던 청키면가에서의 오후도 그렇게 지나갔다. 🍜  

 

 

 

* 본 포스팅은 고독한 미식집사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직접 지불하고 먹은 곳 중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만을 선별하여 작성된 것임을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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