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대학때부터 즐겨 먹던 일식 알밥집 '아소산'이 없어진 이후로 강남역 CGV 뒷골목에서 아지트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꽤 오래전부터 이 골목을 지키고 있는 인도커리 전문점 빈 103은 남아 있어 가끔씩 들르곤 한다. 어제는 신논현에서 볼 일이 있어 꽤 오랜 미팅을 마치고 허기진 상태로 이곳을 찾았다.
전화: 02-508-8717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02길 16
여자들끼리 모였을 때 더 자주 먹게 되는 인도커리.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남사친들은 먹던 것만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더 강한 듯하고 여사친들은 최근 유행하는 새로운 메뉴를 찾아다는 데 더 용감한 것 같다. 인도커리 바람이 한창 불었던 20대 중반께 여자 친구들과 자주 가던 맛집이 바로 인도커리의 끝판왕, 인디언 커리 하우스 빈 103 강남점이다.
거의 모든 게 바뀌었음에도, 이 골목의 지형만은 기억에 선연해서 이 골목만 들어서면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진다. 아담한 인도커리 전문점 커리 하우스 빈103의 모습. 저 2층의 모츠나베도 회식 때 먹어 본 적 있는데 꽤 괜찮다. 모츠나베는 일본식 곱창 전골인데, 점심 때 보다는 저녁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가는 게 좋다. (더 끓일수록 맛있다!)
인도커리 초심자에 속하는 남자친구를 데리고 진짜 현지의 맛을 봐야 한다며 이곳으로 입성시켰다. 예전에는 현지인 사장님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셨는데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을 방문할 때 유의할 점은, 커플 세트나 3인 세트 등 세트메뉴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여러 가지 인도커리를 맛 보려면 좀 단가가 센 편이라는 것. 최근에 500원씩 가격이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물가도 오른데다 주변 경쟁자들이 너무 많은 '강남'이 아닌가.
인도커리 하나 당 12000원에서 15000원 정도 하는데, 가장 있기 있는 메뉴는 14000원 꼴이다. 우리는 크리미한 맛이 일품인 새우 마크니와 치킨 띠까 마살라 커리를 시켰다. 탄두리 치킨 4조각도 빠지면 섭하다. 커리를 남기면 안 되니 밥과 플레인 난도 지원군으로 모셨다.
토실토실한 새우가 넉넉히 들어있다. 새우와 치킨이 둘 다 많이 들어 있어도, 새우가 더 많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남자친구가 치킨 킬러여서 그렇다. (^^;;;;) 때문에 인도커리 맛집에 가면 치킨커리를 종류별로 시키고 탄두리 치킨 같은 로스트 치킨 종류도 꼭 시키는 편이다. 해산물 마니아인 나는 횟집에 가면 스탯이 한껏 오른다.
짠. 오늘의 주인공 탄두리 치킨. 인도커리 전문점 빈103의 특징은 다른 곳처럼 현란한 색의 향신료를 절제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탄두리 치킨이나 인도커리 메뉴를 먹어 보면 깔끔하고 담백하다. (배가 아프지 않다!) 강한 향신료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이 예민한 편인 우리 커플은 이곳 음식이 입맛에 잘 맞다. 천연재료로만 요리하는 인도커리 전문점 빈103의 음식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어느덧 곳곳이 낡은 인도커리 전문점 빈103의 내부. 물건들에서 오랜 세월 버텨 온 강남 맛집의 시간이 느껴지는 듯하다. 매번 느끼는 부분이지만,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음료가 좀 더 보강되면 좋을 것 같다. 생맥주라든지... 와인이 별로 당기지 않아서 맥주를 시켰는데 병맥주여서 아쉬웠다. 카스 병맥주 5천원, 하우스 와인이 6천원이어서 가성비가 좋지는 않다.
인도커리, 마라탕 등 요즘 각 대륙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국내에 늘어나 개인적으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맛들이 있고, 미식의 세계는 끝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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