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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일들 Daily Life

당산역 조용한 카페 (가성비 카페)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1. 19.

오늘은 아마도 이곳을 찾는 당산 주민들은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할 수도 있는 숨은 가성비 카페, 당산역 조용한 카페를 소개하려 한다. (지도에 카페가 잡히지도 않는다.)

 

 

당산역 11번 출구에서 할리스를 지나 쭉 진출하다 보면 신축 오피스텔 두 동이 보인다. 이중 좀 더 당서 초등학교와 맞붙은 건물이 데시앙루브 오피스텔인데, 이 건물 1층 안쪽 아케이드에 위치한 '커피나무'가 오늘의 주인공, 당산역 조용한 카페 되시겠다.

 

바로 이 아케이드. 지하로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 촌 사이에서 나름 시야를 확보하는 너른 공간이다. 당산을 자주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할리스든 빌리 엔젤이든, 그놈의 당산역 1번 출구 스타벅스이든  버스 정류장 앞 스타벅스이든 당최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심지어 커피를 사고서도 자리를 못 잡아 테이크아웃 잔에 옮겨 나온 적도 있다. (제길!!)

 

당산 스타벅스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으면 무엇 하는가, 너무너무 시끄러워서 나도 같이 소리를 질러야 대화가 진행되는 것을. (지난 번에 여의도 모 회사 퇴사자 모임을 당산에서 하다가 목청이 나갈 뻔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찾게 된 것이, 당산역 근방 조용한 카페이다. 당산역 조용한 카페가 과연 한 군데도 없을까!? 하는 필요에 의한 질문에 다라 근처를 뒤진 결과, 이 부동산과 구분이 안 가는 초라한 외관의 카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높은 층고의 아늑한 카페가 등장한다. (으아니??) 이곳 오피스텔 주민들의 아지트인 모양인지, 우리 커플이 들어서자 마자 카공족인듯한 노트북에 열중하던 손님이 자리를 떴다. (아마 그 손님은 이 포스팅을 매우 싫어할 듯하다.) 

 

테이블은 5개 남짓이었으나 거의 모든 자리에서 콘센트 연결이 가능했고 널찍했으며 심지어 정말 조용했다. 카페 주방을 목재 벽으로 나누고 있어 안 쪽은 흡사 도서관 같았다. 심심하면 읽을 수 있는 책도 비치되어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아메리카노 2,500원, 아인슈페너 4,000원이라는 사실! 가격이 너무나 저렴하다. 단 하나의 리스크는, 나이 지긋하신 중년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아인슈페너 레시피 숙지가 안되어 미안하다고, 쉬운 걸 시켜달라고 요청했다는... 게다가 그 아주머니의 지인(보험사 아니면 교회 아주머니 같았던 분)이 카운터에서 우리가 자리를 뜨기 직전까지도 아르바이트생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어 약간 불쾌했던 기억. (그 시간에 커피 연습을 하심이 양심적이지 않을까??)

 

카운터 너머의 안쪽 테이블 모습. 카운터의 조명, 메뉴판 일부가 목재 벽, 책장과 어우러져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외부의 손님과 눈 마주칠 일이 없어 조용히 무언가에 집중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다소 촌스럽지만, 뭘 의도했는지는 알 것 같은 당산역 조용한 카페 커피나무의 적당한 인테리어. 화초를 적절히 배치하여 그나마 촌스러움을 덜한다.

 

층고가 높은데 한쪽 벽 전체가 창문이어서 실평수보다 굉장히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이 창문 쪽으로 출구가 났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주차장 진출로여서 가게 주인분도 아쉬워하셨을 듯하다. 

 

짠. 누가 보면 복층 오피스텔인 줄 착각할 것 같다. 진짜 최소한의 아이템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 듯한 인테리어. 하나하나 뜯어보면 너무 촌스러운데, 이상하게 합쳐 놓으니 묘하게 눈이 편안하다.

 

그림은 저렴한 것들로 구비하신듯 하나, 그래도 페인팅이 가미된 원화를 가져다 놓은 것이 어디냐 싶다. 공간에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것이 느껴져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화초들을 정말 정성스럽게 키운 것이 티가 나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놀이공원에서 본 듯한 벽돌 조형이 자꾸 눈에 밟혔지만... 나무가 있어서 살았다! 그래서 커피나무인가 보다.

 

인테리어고 뭐고 일단 당산에서 이 정도로 조용하고 콘센트도 꽂을 수 있으며 피칸 타르트를 통째로 파는데 4,500원인 집이 어디에 있는가???? 커피는 사실 고퀄리티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생의 영향이 큰 듯) 마실 만했고 피칸 타르트는 기대 이상이었다. 

 

호두 아니고 진짜 피칸이다. 간혹 호두와 피칸을 혼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피칸은 호두보다 수분이 적어 바삭한 느낌이 나며 속껍질에 담긴 떫은 뒷맛이 없다. 그래서 파이에 올리면 더 맛있는 것! 우리 커플이 이 피칸파이를 격파하고 자리를 뜨기까지 다른 손님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당산역 조용한 카페, 거기다 가성비 카페로 추천하기에 최적이라는 뜻이다. 

 

이 곳에서 나가 왼쪽으로 돌면 바로 오늘 와인한잔이나 BBQ, 생활 맥주 등의 애주가를 위한 편의시설이 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그쪽으로 가도 좋고, 한잔 하고서 아쉬워 좀 더 수다를 떨고자 커피나무에 찾아올 수도 있겠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이 당산 핫플레이스에 바로 맞붙어 있는 이곳, 당산역 조용한 카페 커피나무에 많이 많이 들러주시어, 부디 실력 좋은 아르바이트생이 뽑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 글 역시,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고독한 미식집사의 사비로 진행된 후기임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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