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가 추천해 주어 오랫동안 묵혀 두었다가 드디어 가본 비장의 한우 오마카세 맛집 니꾸바시야!
하필이면 전 날 워크샵에서 술병이 나버린 관계로 예약 시간을 미뤄가며 겨우겨우 위장을 준비시킬 수 있었다.
다음 지도에는 상호가 뜨지 않아서 주소와 연락처를 받아다 미리 예약해 두었다. (올림픽로 32길 45, 예약번호 010-4692-5420)
저녁 6시부터가 영업시간이기 때문에 예약 가능한 시간이 많지는 않다. 가게 내부도 바에만 나란히 2인 4-5팀가량 앉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곳이기 때문에 원하는 특별한 날짜가 있다면 잽싸게 예약을 해 두는 것이 좋다. 동쪽에 출몰할 일이 거의 없는 우리는 한우 오마카세를 먹으려고 일부러 송파나루 역 데이트 코스를 짰다. 석촌호수도 갔다가, 롯데월드몰도 갔다가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 니꾸바시야.
원래 시작 시간인 6시 땡 하고 들어가려 했으나 속이 너무 좋지 않아서 8시로 미루고 정시에 도착했다. (끅끅) 일찍 갈수록 좋은 부위가 덤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한다. 오마카세는 말 그대로 '셰프에게 맡긴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상세한 메뉴 구성은 셰프의 기획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스시 오마카세나 마찬가지다. (스시 오카마세 추천을 원한다면 아래 글 참조. 가성비도 좋고 제대로 된 횟감만 골라 나오는 곳이다.)
https://mintviolet.tistory.com/25
가장 안쪽 자리로 안내받았는데 바 사이사이도 좁고 바 뒤편으로 이동해 들어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주방 바로 옆 자리였는데 주방의 열기 때문에 가게에서 뒷문을 활짝 열어놓는 바람에 왼쪽 엉덩이가 매우 시렸다... (참고)
자리마다 뒤편에 히터가 있기는 했지만 맨 왼쪽 자리에는 따뜻한 바람이 닿지 않아서 다음에는 좀 더 따뜻한 옷을 입고 가야 할 것 같다. 겉옷이나 가방은 뒤쪽 벽에 비치된 옷걸이에 걸어둘 수 있다.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 니꾸바시야의 시그니쳐 메뉴라 할 수 있는 니꾸바시야 오마카세를 주문했다. (1인당 59,000원) 주방에 계시는 다른 셰프 분 외에는 사장님께서 직접 바에서 조리하고 고기도 자르고 설명도 하고 굽기 어려운 부위는 구워주시기도 하기 때문에 차례가 오기까지 꽤 오래 걸리는 편이다.
이날 총 식사 시간을 재보니 거의 2 시간 가량 걸렸다. 저녁에 다른 일정이 있다면 고급 한우를 끝까지 즐기기 어려우니 참조하도록 하자. 위스키나 와인, 사케, 하이볼 등 다양한 주류가 준비되어 있는데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술병이 나는 바람에... 클럽 소다를 시켰다. 무슨 맛이 조금 가미되어 있을 줄 알았지만 레몬맛이 들어간 토닉도 아니었고 그냥 탄산이 매우 강한 탄산수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름다운 고기. 한우 오마카세의 시작은 호주 와규 안창살과 한우 우설이었다. 동료가 우설이 맛있다고 극찬을 했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꼬들꼬들하고 고기 맛도 좋은데 여전히 소의 혀를 우두둑 씹는 느낌이 나서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웠다. 남자 친구도 안창살이 더 맛있는 것 같다고.
다음은 숙성 채끝 등심. 너무 어두워서 고기가 타고 있는 것 같이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불이 강한 편은 아니어서 탈 때까지 놔두기도 힘들다. 아무래도 등심이다 보니 아주 부드러운 편은 아니었다.
튀김옷에 카레가루가 들어가 느끼하지 않은 가라아게도 사이드로 나왔다. 남자 친구가 닭을 워낙 좋아해서 최고. 다만 이 집 모든 양념은 좀 간이 센 편이었다.
다음은 업진살. 살치살을 기대했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맛있는 부위보다는 우설, 소꼬리처럼 특수한 부위를 더 많이 다루시는 것 같았다. 살살 녹는 업진살. 무늬를 보아하니 8시 타임에 바에 있던 손님들 중 마지막에 간 터라 왠지 같은 부위 안에서도 좋은 쪽은 못 받았던 것 같다. 그래도 맛있다.
다음은 소꼬리. 단면을 얇게 자른 모습인데 국밥에서 본 것 말고는 이렇게 구워 먹는 걸 처음 봐서 신기했다. 양념이 되어 있는데 나에게는 너무 짜게 느껴져서 한 입만 먹고 남자 친구에게 양보했다. 바짝 익히면 쪼그라드는 모습이 인상적. 원래 구워 먹는 부위가 아니어서 그런지 약간은 다루기 힘든 느낌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와 한우 사골 국물 소면 같은 사이드 음식들이 다 맛있었다. 한입 먹고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어서 점점 지치던 시점.
거대한 한우 대창이 나왔다. 대창을 굽고 잘라서 양념을 한 후 사장님이 다시 구워주시기 때문에 한 팀 한팀 시간이 많이 들었다. 통 한우 대창을 다 굽고 나서 잠시 도마에 내려놓고 한 소끔 식은 다음에야 맛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식사는 일본식 카레였다. 하이라이스에 가까운 맛. 갈아 넣은 치즈도 정말 맛있고, 긴 시간 끓여 낸 카레의 풍미도 굉장하다. 카레만 다시 맛보러 올 수 있을 것 같다. 갓김치도 군내 나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이렇게 한우와 스시, 둘 다 가성비 오마카세를 경험해 보게 되었는데, 같은 5만원 대 오마카세, 작은 가게인 것을 감안했을 때 마곡의 스시 오마카세가 더 세심하게 손님을 배려했다는 느낌이 든다. 음식과 음식 간의 간격이나 재료 간의 식감 차이, 분위기 등 전반적인 외식 경험을 되돌아볼 때 오마카세의 개념을 육류에 붙이기에는 역부족이지 않나 싶다.
간을 조금만 덜어내고 생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면 더 자주 가고 싶은 한우 오마카세 집으로 남았을 텐데 아쉬운 지점이 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미식 집사와 그의 남자 친구가 열심히 번 돈으로 직접 지불한 순도 100% 리얼 후기임을 알려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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