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혼밥하기 좋은 곳을 떠올려 보라 한다면, 뜨거운 라멘 국물과 시원한 생맥주 한 모금의 조화가 좋은 멘야산다이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신논현역 맛집으로 이미 잘 알려진 이곳은 3번 출구에서 뒤편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 언덕배기를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아직 신논현역 근방에서 이렇다 할 점심 맛집을 찾지 못하던 차에 지나가다 들른 이곳. 일어 알못이라 간판에서는 눈치채지 못하고, 가게 안에 들어가서야 이곳이 그 유명한 멘야산다이메였구나, 깨달았다.
동료들에게 추천 받기로는, 립 라멘도 맛있다고 하는데 내가 이곳에서 가장 먼저 골랐던 메뉴는 카라구치 라멘이었다. 이유는 바로바로, 생맥주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 좀 칼칼한 안주와 함께 마시고 싶었기에 고른 메뉴였다.
혼밥의 즐거움은 낮맥 한 잔이 아니던가. 신논현에서 한낮에 5,000원의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으므로.
교자와 가라아게 등 적당한 사이드 디쉬도 마련되어 있어 저녁에 혼밥 겸 반주를 하더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의 슬램덩크 피규어가 놓인 바 자리 앞에 앉았다. 여느 일본 거리의 낡은 라멘집 같은 빈티지한 내부 풍경. 천장 아래로는 예전에 잘 나가던 유명인들의 사인이 걸려있었다. 사인을 걸어두는 풍습 자체도 이제는 낡은 것이 되어버렸지만.
피크 시간이 조금 지난 애매한 시간대에 갔음에도 사람이 많아서 조리에 꽤 시간이 걸렸다. 덕분에 생맥주로 허기를 달랬는데, 탄산감이나 신선도가 딱 좋아 마음에 들었다. 아르바이트생이 한국에 유학 온 일본 학생인 것 같았는데 매우 친절했다. 이제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아사히를 고르는 일이 없지만 오랜만에 맛 본 아사히는 몇 해 전, 즐거웠던 일본 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드디어 가라구치라멘이 나왔다. 보기에는 살짝 느끼해 보이지만 국물이 정말 칼칼하고 제법 매운맛이 깊이 배어 있다. 첫 맛은 그냥 맛있는 칼칼함 정도인데 먹다 보면 매워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매운맛을 좋아하지만 잘 못 먹는 편이다.)
토치로 불맛을 낸 두툼한 돼지고기와 반숙란의 조화가 일품이다. 간혹 돈코츠 라멘에 올라간 돼지고기가 역할 때는 남기기도 하는데, 신논현역 맛집 멘야산다이메에서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함께 들어간 청경채도 적당히 익혀 식감으로나 맛으로나 나머지 재료와 따로 놀지 않았다.
면 자체에서는 특별한 식감이나 별다른 인상을 받지는 못 했는데, 재료의 맛과 시원한 국물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게 된 것이지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래 맛이 별로이거나 모자라면 사이드를 시키려 했었는데, 카라구치 라멘 자체로도 생맥주와 정말 잘 어울려서 다른 사이드 디쉬를 주문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신논현역 맛집 멘야산다이메에서는 돈코츠나 립(등갈비)도 토핑으로 추가 가능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평일 점심에 누릴 수 있는 선택지 중, 상위권에 속하는 행복한 한끼였다. 나가는 길에 귤도 하나 쥐어주셔서 상큼하게 점심시간을 마무리했다.
*본 카테고리의 모든 글은 미식을 좋아하는 집사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돌아다녀 본 중 소개할 만한 곳들만 추려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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