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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미식리스트 Foodies List

송리단길 맛집

by 응댕이를쳐라옹 2020. 1. 19.

[송리단길 맛집, 연어덮밥, 장어덮밥의 장인 만푸쿠]

 

전날의 숙취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

 

일부러 송리단길 맛집에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저녁에 근처 일정이 있어 일찌감치 석촌호수나 걷자며 내린 송파나루 역. 조금 걷기 시작하자마자 적당히 늘어선 줄을 발견하고 맛집임을 직감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이 정도 줄이라면 지금이 아니면 다음에는 못 기다릴 것 같다는 생각에서, 바로 맨 뒤에 서버렸다.

 

벽에 붙은 송리단길 맛집 만푸쿠의 신메뉴 만푸동과 굴 후라이를 시켜보려 했는데, 이날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직원 분이 나와 미리 주문을 받는다. 이날 가능한 메뉴는 메뉴판에 사인펜으로 표시가 되어 있다.

 

포부에 가득찬 글귀와 그림으로 혼란한 외벽과, 마찬가지로 혼란한 메뉴판. 고민 끝에 사케아나고동(연어+장어덮밥)과 아나고동, 그리고 미니에비후라이, 미니고로케를 주문했다.

 

낮에 데이트하는 것이 오랜만이어서 맑은 하늘과 햇빛을 보니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듯했다. 송리단길 맛집 만푸쿠가 위치한 골목은 일반 연립주택이 빼곡한 주거지역이어서 이곳이 붐비는 만큼 민원도 많이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곳곳에서 조용히 해달라는 팻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혼란한 외벽에서 알 수 있듯 투 머치 토커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송리단길 맛집 만푸쿠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디제잉을 방불케하는 사장님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가게 내부에서부터 새어 나오고 있었다.

 

긍정왕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이면 피곤할 수 있지만 가끔 마주치면 마인드를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단 아주 가끔만... (ㅋㅋ)

 

가게 안에 들어서자 굉장히 반갑게 어서오라고 소리치시는 사장님. 사장님의 텐션과는 다르게 조용히 식사하고 계시는 손님들의 대비가 뭔가 흥미로웠다. 워낙 인기가 많은 유명 송리단길 맛집인지라 앞 뒤 양옆 꽉 찬 테이블과 사장님의 혼신을 다하는 서빙에 다소 정신이 없기는 하다. 

 

소스 하나 장국 하나 가져다 주시는데 정말 높은 텐션으로 소개해주셔서 계속 웃으면서 음식을 기다렸다. 새우튀김을 찍어 먹을 타르타르소스와 고로케 소스, 유부가 가득 들어간 짜지 않은 장국이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외벽에만 온갖 글이 가득한 줄 알았는데 내부도 일관된 톤을 유지하고 있다. 이거 왠지 인테리어 업자가 보면 두통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드디어 나온 연어 반 장어 반의 아름다운 사케아나고동. 일반 사케동보다 그릇도 크고 양이 많다. 올라간 연어와 장어 둘 다 굉장히 부드럽고 전혀 비린맛이 없다. 특히 연어의 경우 맛있다는 집을 가도 뒷맛이 텁텁하거나 은근하게 비린내가 올라오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송리단길 맛집 만푸쿠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남자 친구가 시킨 아나고동. 장어의 양이 혜자로운 것이 특징이다. 민물 장어가 아니고 바다 장어라서 많이 주셨을 수도 있겠지만 손질도 잘 되어 있고 굉장히 부드러워서 민물 장어 같은 맛이 난다. 가시 처리도 잘 되어 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나 할까. 송리단길 맛집만의 특징은 아니겠지만, 들어와서도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미니 에비후라이와 미니 고로케를 시켰는데 전혀 미니하지 않고 크다. 튀김옷이 바삭바삭한데도 거칠지가 않고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다. 직접 만든 소스를 올린 샐러드도 맛있었다. 

 

다만 문제는 술병이 난 나의 속... 해장에는 연어나 장어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반 정도 남길 것 같아서 남자 친구에게 SOS를 요청, 겨우 생선만이라도 다 먹고 나올 수 있었다. 

 

덮밥이라 양이 작을 거라 생각했는데 굉장히 양도 푸짐하고 서비스가 좋아서 기분 좋게 식를 마치고 잠실 근처를 산책할 수 있었다. 가게를 나설 때 커플에게는 '결혼하세요', 가족에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등 덕담을 한가득 해주시는 송리단길 맛집 만푸쿠 사장님 덕에 축 처진 숙취 속의 주말을 상쾌하게 시작했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롯데타워를 감상하며 아름다웠던 만푸쿠의 만찬을 소화시킨다. 

왠지 얼마전에 유튜브에서 본 김준수 씨가 저기서 내려다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 우리는 언제 돈 벌어 내 집 마련하나(?) 걱정하며 소소한 데이트를 즐겼다. 이 근방의 데이트 코스 정보는 아래 글에 공유해 두었다.

 

https://mintviolet.tistory.com/65

 

데이트 코스 (잠실)

[평일 업무에 지친 뚜벅이 커플을 위한 미식 + 눕방 주말 데이트 코스] 오늘은 잠실에서 즐길 수 있는 미식과 산책, 눕방이 있는 저질체력 특화 데이트 코스를 소개해보려 한다. 총 걷는 거리는 3km 이내, 45분 정..

mintviolet.tistory.com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미식 집사와 그의 남자 친구가 열심히 번 돈으로 직접 지불한 순도 100% 리얼 후기임을 알려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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