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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일들 Daily Life

서울 겨울 데이트코스 추천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2. 23.

[저렴하게, 뭐든 부실 수 있는(?) 그곳. 샤로수길 맛집, 조용한 카페, 놀거리.]

 

홍대, 연남동, 망리단길, 가로수길, 강남, 청담 할 것 없이 다 놀러 다녀 봤다. 좀 다른 감성을 원한다! 하시는 커플분들 많으실 테다. 오늘 서울 겨울 데이트 코스로 추천할 곳은 바로 우리 커플이 지난주에 주말 하루를 알차게 보냈던 샤로수길이다. 

 

사실 샤로수길은 이미 핫해 진 지 몇 년 되었으나, 종종 방문해 보았을 때 거리의 특색이 사라지거나 쇠퇴하는 느낌이 아니라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어서 서울 겨울 데이트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올 때마다 초입부터 걷지 않고 2번 출구에서 대각선으로 걷다가 중간 즈음에 샤로수길로 진입하곤 하는데, 그쪽 길이 동선이 편해서이다.

 

개발이 된 듯, 안 된 듯 정감 있는 평범한 동네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샤로수길 근방. 완전히 상점들로만 가득 차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곤 하는 여타 핫플레이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골목이 매우 좁은 편이고 지대가 낮아 바람이 세게 불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겨울에 걸어도 춥다는 느낌이 덜한 편이다. (합정, 망원 등지는 바람 골이어서 역 근처에 오갈 때 상대적으로 체감 온도가 낮은 편인 것을 감안하면...)

 

보행자 전용거리로 차량 통제를 하기 때문에 걸으면서 데이트하기 딱 좋은 곳이다. 차를 가져간다면 근방 공영 주차장에 세워야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최근 일고 있는 뉴트로 열풍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강남보다는 이 골목과 더욱 잘 어울리는 뉴트로 컨셉의 가게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마라탕, 훠궈를 비롯, 근 5년 간 사랑 받아 온 태국, 베트남 음식, 치킨, 곱창, 양식, 피자, 수제 맥주, 와인, 고깃집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점이 총망라되어 있기에 서로 입맛이 다른 커플이 오더라도 걱정할 일이 없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합리적인 편이라 주머니 걱정도 덜 수 있다.

 

홍대 느낌의 예쁜 디저트 카페들도 물론 넓은 좌석을 자랑하며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날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북극곰이 지키고 있는 우아한 파스타집과 그 옆집, 이태리 치킨 스튜를 파는 박명주 브라더 두 곳이었다. 나는 파스타가 당겼고, 남자친구는 해장이 필요한 상태인지라 고민을 하다가, 파스타도 들어가면서 국물이 있는 스튜로 가닥을 정했다.

 

[서울 겨울 데이트코스 추천 1. 샤로수길 맛집, 박명주 브라더] 

 

같은 듯 다른 노선을 걷는 두 집의 외관이 올망졸망 귀엽다. 우리가 5시경 애매한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갔다. 식사 시간 대가 아님에도 인기가 있는 집인지 테이블이 두 자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저녁에 왔으면 큰 일 날 뻔했다.

 

기본적으로 치킨과 야채, 파스타가 들어가는데 소스 베이스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기본인 이태리 치킨 스튜를 시켰는데, 원래 많이 먹는 편이라 3인을 시키려다 2인으로 시켰다. (사장님이 옆 테이블에서 어느 커플이 3인분 시키는 것을 만류하시는 소리가 들림) 

 

밖에서 보면 아주 작은 가게 같은데, 안 쪽으로는 길게 테이블이 늘어서 있다. 여기 왠지 예전에 먹고 배탈났던 돼지곱창 집 그 자리인 것 같다고, 주방 구조를 보며 남자 친구와 잠시 작년 한 때를 떠올렸다. 

 

내부 인테리어는 짙은 청록을 바탕으로 꾸며져 있었고 그릇도 덴비를 연상시키는 진청색이었다. 주류 냉장고 바로 옆에 앉아서 일단 주류를 스캔. 이날의 음료는 테라로 정했다. 스튜를 기다리는 동안 콘 샐러드가 나와 조금 맛보았다.

 

벽에 붙은 안내서에 볶음밥이 2,500원인데 왜 치즈 추가가 3,000원이지? 의아했는데 나중에 그 이유가 나온다. 3천 원 낼 만한다. 

 

닭을 익히는 데 시간이 꽤 들기 때문에 10여 분 이상 기다렸던 것 같다. 드디어 나온 이태리 치킨 스튜의 자태. 사뭇 닭볶음탕 같은 비주얼이다. 양이 정말 많아서 3인분 시켰으면 큰 일 날 뻔했다. 국물 맛이 부드러운데 칼칼해서 해장이 필요한 남자 친구에게 딱이었다. 허브 중에서는 오레가노 향이 튀었는데, 살짝 매운 닭의 살코기와 함께 씹으니 굉장히 잘 어울렸다.

 

껍질을 벗긴 토마토가 통째로 들어가 부드럽게 익은 것을 보고, 아 여기 셰프가 하는 곳 맞구나 싶었다.

 

파스타와 치킨의 양도 푸짐해서 추가로 파스타를 주문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로제 소스 느낌의 분홍 빛깔과 진청의 그릇이 찰떡을 이루는 색감 조합! 여기에 테라까지 함께하니 스튜도 술도 술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국물이 너무 시원하고 맛있어서 국물을 계속 먹으려 야채를 추가할까 하다가, 볶음밥을 맛보기로 했다. 볶음밥을 시키려면 건더기를 일단 다 건져내야 한다. 

 

대망의 볶음밥과 치즈 추가. 세상에, 싸구려 냉동 치즈가 아니고 통 체다와 모짜렐라를 직접 갈아서 주셨다. (Wow!!) 얇게 갈아서 가열하자마자 녹아내리는 치즈의 자태에, 배가 부름에도 군침이 도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말았다. 이것은 위험 신호다. (너무 맛있어서...)

 

밥때가 아니어서 그리 허기진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정말 둘이서 냄비 그릇을 격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보다는 1년 이상 시간을 보낸 연인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ㅋㅋㅋ) 서울 겨울 데이트 코스, 샤로수길에서 이제야 제대로 맛집을 찾은 기분이었다.

 

치즈와 함께한 격렬한 먹방과 눈빛 교환을 마치고, 다시 어두워진 거리를 걸었다. 배가 너무 불러 근방을 구석구석 산책하기 시작했다.

 

저녁 어슬녘의 하늘과 빈티지한 상점들의 조화가 감성을 돋우는 서울 겨울 데이트코스, 샤로수길. 와이너리라는 와인바도 파스타가 만원 대 초반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음에 한 번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이 저렴하면 와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맛볼 수 있으니, 주인장이 섬세한 것 같다. 

 

코인 노래방과 망원동 티라미수, 곱창집까지 없는 것이 없는 샤로수길. 몇 년 전에도 이랬었나? 싶다. 그때는 프랑스 홍합집을 갔었더랬지.

 

[서울 겨울 데이트 코스 추천 2. 샤로수길 피규어 가게, 테이크 아웃] 

 

그러다 우리 커플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피규어 가게 테이크 아웃이다. 조그만 가게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그곳! 

 

나이를 뛰어넘는 덕력을 자랑하는 남자 친구 덕에, 이 가게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추억의 슬램덩크나, 짱구 피규어도 귀여운 것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남자 친구가 꽂힌 것은 이 멋진 짱구 아빠 피규어였는데, 안타깝게도 이 모델은 품절이라고 했다. 사주려고 했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다행이다...?) 그.. 약간 아들 데리고 장난감 가게 간 느낌인 건 기분 탓이겠지?

 

슈퍼마리오와 어벤져스 시리즈도 괜찮은 것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이 중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 피규어가 좀 탐난다. 로보트 태권브이와 디즈니 시리즈도 다양한 제품들이 구비되어 있어 크리스마스나 명절 선물을 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feat. 조카 or 사촌)

 

조그만 레고 인형들도 귀여운 아이들이 많았다. 진저 브레드랑 자유의 여신상 너무 귀여운 것...

 

한참을 걸었더니 커피가 당겨서 카페를 이곳저곳 둘러보았는데 너무 북적이는 곳들만 보여 좀 더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멀리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진 간판이 보였는데, 고양이 간식을 파는 반려동물 용품샵인 줄 알고 가까이 갔다가 카페인 것을 알았다.

 

[서울 겨울 데이트 코스 추천 3. 샤로수길 케이크가 맛있는 조용한 카페, 카페 플러피] 

 

좀 더 거주지역 느낌이 나는 안쪽 골목 어느 작은 슈퍼 앞에 고양이 간판이 있기에 들어가 보았더니 매장 자체는 고양이랑은 관련 없는 카페였다. 다만 주인 내외께서 고양이 일곱 마리를 키우신다고 했다. 간식 정보를 얻고자 했으나 이 근방에는 동물병원 외에는 파는 곳이 없다고 했다. 

 

작고 귀여운, 뭔가 북유럽 느낌도 나는 아담한 카페, 카페 플러피는 샤로수길의 여느 카페와는 다르게 정말 조용해서 좋았다. 주인 부부께서 직접 베이킹을 하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정다워 보여 나중에 우리 커플도 뭔가 같이 사업을 꾸리게 된다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보게 되었다. 

 

케이크와 캬라멜, 쿠키 등도 다 수제로 만드신다고 하니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하나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딸기 레어 치즈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주아주 아담하고 미니멀한 가게 내부. 차분하지만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난다. 건물 반대편에 카페에서 관리하는 화장실도 있어서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쿠키를 부순 타르트 베이스와 살짝 얼린 치즈의 식감이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놀랐던, 딸기 레어 치즈. 작은 가게 치고 6,500원이면 비싼 가격이라 생각했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케이크를 맛보러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커피도 취향에 따라 산미의 정도가 낮은 것과 높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동네에서 유명한 편인지, 수제쿠키만 테이크 아웃 해가는 손님도 있었다.  

 

 

서울 겨울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인 샤로수길 데이트를 기분 좋은 커피 향과 함께 마무리하고, 다음 날 또 바삐 일할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근처 코인 노래방이나 브루어리, 와인바 등에 들러도 좋을 것 같다. 경험해 본 바, 저렴하고 실력 좋은 미용실들도 샤로수길과 서울대입구역 사이에 즐비하니 헤어 컷이나 염색 데이트도 좋겠다. 

 

이상 먹을거리, 놀거리, 구경거리가 풍성한 서울 겨울 데이트 코스, 샤로수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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