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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빌바오(Bilbao)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0. 6.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2]

 

 

빌바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곧장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으로 향하는 길. 북부 도시에서 마주한 스페인의 첫인상은 의외로 차분하고 서늘했다.

 

 

독일이나 덴마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분한 느낌. 흐린 날씨 덕에 더욱 그렇게 다가왔던 것 같다.

 

 

 

중식당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구겐하임미술관을 둘러볼 시간이 있었다. 스페인에서의 첫 끼니가 중식이라니 조금 아쉬웠던 대목. 직원분께서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서 따로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기는 어려웠다.

 

 

입구에는 미국의 팝아티스트 제프쿤스(Jeff Koons)의 1992년작, 퍼피(Puppy)가 전시되어 있다. 반대편 입구 근처의 튤립 조형물도 제프쿤스의 작품.

 

 

 

사실 질감 때문에 체리나 버찌 같은 과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명을 찾아보니 튤립이라고 한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의 유려한 외관. 한 때 철강업과 조선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빌바오가 해당 산업의 침체기를 겪으며 쇠락의 길을 걷게 되자,이에 경각심을 느낀 시에서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을 섭외하여 구겐하임 미술관은 물론, 공항과 지하철 역사, 다리 등을 설계하도록 했다고 한다.

 

 

주비주리 (Zubizuri) 다리

 

 

지하철 역사는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빌바오 공항과 네르비온 강을 가로지르는 주비주리 보행교는 스페인의 대표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맡았다. 구겐하임미술관은 캐나다, 미국의 해체주의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그 결과, 한 해 100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거듭나게 된 것.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정말 많았다. 음울한 날씨가 투영되어 웅장한 느낌마저 주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외벽은 빛의 각도에 따라 오묘하게 빛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실 작품 자체보다도 건축을 중점적으로 보게 되는데, 미술관 내부에서 본 모습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 미술관. 건축으로서는 너무 좋은데 이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작가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작품 사이로 스며드는 채광. 시원시원한 곡선과 직선이 그려낸 모습이 한 폭의 추상화 같다.

 

 

 

도시의 풍경마저 미술관의 일부가 되도록, 섬세하게 건축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왜 프랭크 게리가 이 건물을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올랐는지 알 것도 같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건물 내부의 선과 질감, 색, 관객의 동선까지 하나의 커다란 작품이 된다.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의 움직임과 함께 건물 내부를 감상하는 것도 좋은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건물의 커다란 기둥과 구조물들이 서서히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조금만 걸어도 보이는 모습이 제각기 다르기에 다채로운 조형을 감상할 수 있다.

 

 

 

방금 전 위치에서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인적이 드문 3층에서 본 광경. 선과 면의 배합이 너무나 아름답다. 내부에 전시된 작품은 많지 않지만 이 건축물 자체만 보아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건축 자체의 심미성을 강조하려는 큐레이터의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3층에서 꼭 한 바퀴를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기둥과 벽을 이룬 구조물들의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아서 모든 각도에서 색다른 형상을 감상할 수 있다.

 

 

형언하기는 어렵지만, 과연 20세기스러운 아름다움이다. 프랭크 게리(Frank O. Ghery)가 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건축물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 모습 그대로 크게 프린트하여 벽에 걸어도 근사할 것이다.

 

 

 

행정당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건축가 본연의 자율성을 보장받았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그런 기회를 평생 만나지 못하고 사라지는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미술관 후문에서 정문 쪽을 바라본 풍경. 한동안 쇠락했던 도시라 그런지 도시 전반에 음울한 기운이 스며 있다. (그래도 영국보단 낫지만...) 전시된 설치 작품이나 회화 작품들의 수가 많지 않고, 다른 미술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작품들이 많은 감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에 한정된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면 전시보다는 건축물을 중점적으로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짧은 빌바오 투어를 마치고 곧바로 부르고스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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