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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살라망카(Salamanca)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0. 16.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6]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여행 4일 차, 마드리드에서 일행을 태운 버스는 3시간을 달려 살라망카에 도착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살라망카 대학으로 유명한 학술과 문화의 도시.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만 보면 흡사 스페인 성당 중 부르고스 대성당으로 가는 길을 떠올리게 한다. 

 

 

토르메스강 유역에 위치한 살라망카는 마드리드의 북서쪽에 있는 도시로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여행에서 으레 마드리드와 함께 묶어 당일치기로 들르는 도시이다. 대학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은 부르고스와 같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한 거점이다. 순례자들을 돕는 기사의 집이었던 조개의 집을 비롯, 중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구시가지의 모습이 아주 아름다운 곳.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스페인 구도심지들의 풍경. 부르고스보다는 조금 더 붉은빛이 도는 벽과 지붕 마감이 인상 깊다. 약간 이탈리아 피렌체나 볼로냐 같은 느낌도 자아내는 살라망카의 풍경.

 

 

 

진입로 왼편으로는 이런 풍경이 보인다. 사람이 정말 살고 있는 곳인가 싶은데, 건물색이 거의 비슷해서 집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 땐 성당을 기준으로 가늠을 해야지 싶다. 

 

 

 

길 끝에는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온다. 이번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 여행 일정에 포함된 스페인 성당 중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곳이 아닌가 싶다. 고작 이 길을 오르는데도 이렇게 숨이 차다니... 긴 여행에는 반드시 체력 안배가 필요한 법.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제대로 걸어보려면 미리미리 체력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르막은 끝나지 않았다! 작열하는 태양이 그대로 느껴지는 오후. 중천에 뜬 해 덕분에 짧디 짧은 건물 그림자를 디딤돌 삼아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5월 말임에도 뜨거운 스페인의 태양. 역시 스페인은 스페인인가보다.

 

 

 

햇볕이 너무 뜨겁다 보니 저 문을 열고 도깨비의 공유가 그랬던 것처럼 캐나다에 발을 내디뎠으면, 싶기까지 했다. 찬 바람을 팩에 넣어 파는 기술이 생긴다면 더운 계절의 관광수익이 훨배 뛰지 않을까?

 

 

 

사막 위의 토성같이 느껴지는 적색 벽의 향연. 밤이 되면 조금 무서울 것 같은 골목이다. 

 

 

 

드디어 좁은 골목 끝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살라망카 대성당의 첨탑. '중세'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모습과 가장 흡사하다. 어딘가에서 이미 게임 맵으로 구현되어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자태를 바라보며 마지막 오르막을 힘차게 올랐다.

 

 

 

이 모퉁이를 돌면 펼쳐지는 장대한 광경을 이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과연 살라망카 대성당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뚜둔! 앗 아직 아니다. 조금만 더 걸어보자. (근데 얼핏 보면 우리나라 고궁 대문 같기도...?)

 

 

 

찬란한 후광과 함께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살라망카 대성당의 측면! 골목 끝으로 가도 카메라 앵글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실물로 보았을 때의 위압감이 아직도 뇌리에 선연하다. 

 

 

 

정교하게 조각한 후 아직 가마에 들어가지 않은 도자 예술품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말캉한 소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런 섬세한 장식을 수놓았을까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장엄함과 극명히 대비되는 세밀함 때문에 더욱 빛이 나는 살라망카 대성당. 

 

 

 

맞은편 건물의 상부가 보일 정도로 끝까지 가 보았는데도, 카메라 앵글 안에 가두는 것이 불가능했다. 

 

 

 

명장의 자수공예품에도 이런 문양을 다 담아낼 수 있을까? 색감의 조화 또한 단연 돋보인다. 까르띠에 같은 명품 주얼리 화보의 배경으로도 손색없을 것 같은, 스페인 성당의 고고한 화려함이다. 

 

 

 

첨탑까지 한 번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정말 아쉽다. 깎아지른 직선과 곡선이 맞닿은 날카로운 끝이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을 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한다.

 

 

 

대성당의 전면으로 오면, 불가사의한 문양들을 가까이 보려는 관광객들이 자리하고 있다. 실로 미스터리 한데,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지어진 대성당(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비에하 구 대성당은 살라망카 대학 동남쪽에 따로 위치하고 있으며, 이날 관광은 누에보 신 대성당에서 진행)에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과 젤라또 콘을 든 짐승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자, 입구의 좌측 벽 가운데에 둥실둥실 떠 있는 우주인이 보이는가? 안 보일 것 같아서 한참 기다려 찍은 근접 사진을 공개한다.

 

 

 

짜잔. 아니 이것은? 부츠, 헬멧, 산소통까지 영락없는 현대의 우주인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젤라또를 든 짐승의 모습을 살펴보자. 이번에는 우측 벽이다.

 

 

 

'이 봐, 이렇게 더운데 젤라또 한 사발 들고 가라구.'

 

아주 능청스럽게 말을 건네는 것 같은 괴생명체의 모습이 해학적이다. 사실 이 두 조각은 1992년, 그러니까 20세기에 추가된 것이라고.  바로 대성당 복원작업을 담당했던 석공의 기획으로 20세기의 대표 상징물을 넣게 된 것인데, 다름 아닌 신 대성당의 건축가와 복원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해져 오는 전통이라고 한다. 세월이 흘러도 위트를 잃지 않은 그네들의 전통이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재를 복원하다가 K팝 아이돌이나 빙수를 새겨 넣는다고 하면, 국회에서 30년은 계류될 것 같은데 말이다. 결은 전혀 다르지만, 90년대에 서울시에서 진행한 타임캡슐 사업이 후세에는 어떤 시각으로 비칠지 또 한 번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어느 쪽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살라망카 대성당. 미니어처를 근처에서 판다면 충동구매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어지는 살라망카 대학의 입구. 무려 1218년에 개교한 공립 종합대학이다. 유럽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라고 한다. 스페인의 최상위권 대학이자, 유럽의 명문 대학으로도 손꼽힌다. 유학생들을 위한 스페인어 코스도 잘 짜여 있어 세계 각지에서 유학을 오기도 한다고.

 

 

 

정문 뒤편으로 보이는 살라망카 대학의 정원. 이 대학 출신이자 1561년에 신학대학 교수가 된 시인, 루이스 데 레온의 석상이 정원을 보호하듯 내려다보고 있다.

 

 

 

이어서 골목을 따라 나가자 등장한 조개의 집. 산티아고 순례길을 지키던 기사의 집이 현재는 모두에게 개방된 공공도서관이 되었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조개 문양과 아래 조개 석상이 독특하고 귀엽다.

 

 

 

기사의 집 치고는 굉장히 화려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오래전, 더위와 고행에 지친 산티아고행 순례자들이 멀리서 조개 문양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살라망카 구 시가지의 모습.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모든 곳이 깔끔하고 청결하다. 이탈리아와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고증으로 지어진 유원지나 촬영 세트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깔끔한 살라망카 거리의 모습.

 

 

 

지역에서 잔뼈가 굵을 것 같은 제과점. 미니어처 하우스로 만들어보고 싶은 외관이다. 거리를 쭉 따라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바로 살라망카의 거실이라고도 불리는 마요르 광장이다.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과 다르니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규모로 보나 외관으로 보나 이곳의 마요르 광장이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보다 아름답고 운치 있다는 평을 듣는 편이다.

 

 

 

마요르 광장으로 이어지는 골목 끝. 행인들의 모습도 마드리드보다 여유롭고 평온한 듯했다. 뜨거운 햇살을 찬 음료에 녹여 마시는 살라망카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그제야 갈증이 느껴졌다.

 

 

 

여러 가게를 기웃기웃하다가 영어가 잘 통하는 가게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영국식(?) 펍처럼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자리 하나는 끝내주는 곳에 위치하고 있더라는. 마실 것 하나씩만 주문해도 기본으로 바싹 튀긴 감자칩이 나왔다.

 

 

 

볼품없는 모양새지만 정말 맛있다! 스페인 여행 내내 느꼈던 것이, 다른 주류는 사실 기대했던 것보다 풍미가 별로였고 샹그리아 정도만 먹을 만했다. 역시 칙칙한 나라가 브루어리는 더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햇빛 부자 국가들은 와이너리가 많으니 이 또한 공평한 것! 

 

 

 

맛은 그다지인 맥주이지만 영롱하게 마요르 광장을 담아 마시자. 이런 설정샷을 현지인들은 잘 찍지 않으니 열심히 쳐다보더라...

 

 

 

집사 눈엔 뭐만 보인다고, 스페인 산책냥을 만났다. 집사들이 엄청 예뻐해 주고는 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고양이가 혹여 길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쨌든 날씨도 좋고 신나니까 한번 뛰는 척을 해 본다. 하지만 중력을 이기기는 역부족이다(?)... 꽤 부랴부랴 음식을 뱃속에 욱여넣고 일어났는데도 나머지 일행분들은 이미 약속 시간 이전에 도착해 있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다른 곳에 가보시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약속 장소에 앉아 기다리는 분들도 계셨다.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여행도 구성원들을 여행 성향에 따라 차등을 두어 모집한다면 더욱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끝으로, 대성당의 활기찬 종소리를 전한다. 아름다운 살라망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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