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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8]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 플라멩코 쇼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0. 22.

 

벌써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여행의 중반부를 달리고 있다. 성지순례지 파티마를 지나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향하는 길.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하기 전, 우리나라로 치면 땅끝마을인 까보 다 로까에 들렀다. 강풍에 눈을 뜰 수 없는 험한 날씨에 둘러보는 것은 포기. 안전을 위해 잠깐 사진만 찍고 버스로 돌아가도록 인솔자님과 가이드님이 안내해 주셨다. 

 

 

날이 좋으면 포르투갈의 청명한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이 멋지다고 하지만, 흐린 날의 까보 다 로까는 흡사 태풍 전야의 제주도 성산일출봉 같은 느낌이었다.  

 

 

바람이 너무 거센 탓에 카메라를 가누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자잘한 야생화들이 드문드문 핀 모습에 빨간 등대가 더해진 목가적인 풍경을 잠시나마 즐길 수 있었다. 

 

 

절벽 너머를 보자니 비 오는 동해바다 같은 느낌도 난다. 맑은 날 들르시는 분들은 보다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오실 수 있을 것이다.

 

 

펜스가 그리 튼튼해 보이지는 않으니 조심해서 둘러보아야 한다. 사진 욕심 때문에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했다. 리스본에서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바로 벨렘 탑(Torre de Belém)이다. 

 

 

 

벨렘 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작은 상점과 동전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버스에서 굳은 몸을 풀었다. 

 

 

벨렘탑 입구에 전시된 비행기 조형물. 1922년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했던 것을 기념한 것이라고 한다. 79일간의 비행 끝에 도달한 브라질까지의 거리는 약 8,400km였다고 하니 대단하다. 물론 직항일 리는 없을 터! 여행 기간 동안 '리퍼블리카'라 불리는 지원선이 비행기를 좇아 항해했다고 한다.

 

 

 

한적한 떼주강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걸어가는 길이 꽤 멀기 때문에 자전거나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최근 들어 생겨 난 풍경이겠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벨렘 탑과 킥보드가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벨렘 탑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전성기, 대항해시대 때 포르투갈로 들어오는 모든 배들이 통관절차를 거치는 출입국 사무소였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1983년이라고 한다. 1층은 주로 정치범을 수감하는 감옥으로, 2층은 보안과 감시를 담당하는 포대로 사용했으며 3층은 귀족의 응접실이었다고 한다. 

 

 

 

로터리 클럽에서 제공한 귀여운 모형도 있다.

 

 

 

구경할 때까진 좋았는데 다시 돌아갈 길이 너무나도 아득한 것... 모자와 선글라스를 꼭 챙겨 가시기를 추천한다.

 

 

 

제로니모스 수도원까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 이동했다. 가는 길에 포르투갈 리스본을 수놓는 요트들이 보인다. 예상이 되는 바이지만, 이곳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요트를 정박하고 유지하는 데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고 한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으로 가는 길 우측에 항해왕자로 불리는 엔리케 왕자를 필두로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를 비롯한 대항해시대를 빛낸 조력자들이 조각된 발견 기념탑이 보인다. 그들에게는 모험과 탐험이었지만 침략당한 나라의 입장에서는 그리 아름답지 않았을 것이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제로니모스 수도원(Jerónimos Monastery)의 외관. 벨렘 탑과 더불어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곳은 대항해시대 모든 선원과 항해사들이 들러 자신의 안전과 새로운 발견을 기도하던 곳이라고 한다. 대항해시대 포르투갈 리스본의 번영과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항구 끝 이 자리에 건축하게 되었다. 벨렘 탑으로 들어오는 모든 배들이 이 장대한 건축물의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꼈을 것이다.

 

 

 

 안쪽 정원으로 들어오면 곳곳이 아늑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한가로운 오리들의 모습.

 

 

 

곳곳에 벤치가 비치되어 있어 수도원을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이번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여행에서는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벨렘 탑 모두 외관 투어로만 진행이 되었다. 포르투갈에 할당된 시간이 너무 적어 아쉬운 대목. 

 

 

 

제로니모스 수도원의 수도사들의 솜씨로 탄생한 최초의 에그타르트. 그 비법이 아직까지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실제로 마카오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마카오에도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에그타르트 집이 많았다.

 

 

 

수도원 바로 앞까지 들어오는 트램. 포르투갈 리스본은 스페인 도시들보다 좀 더 교통이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벨렘 지구 건축물들이 배치된 간격이 넓어서 그런지 몰라도, 좀 더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리스본 대지진으로 인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새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대부분의 관광 포인트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18 세기면 로마의 그것과 비하면 아주 신생아 축의 건물들이 아닌가...? 다음에 리스본은 자유여행으로 다시 와도 교통이 잘 되어 있어 편할 것 같다.

 

 

고딕과 르네상스의 사이에 나타난 포르투갈 특유의 마누엘 양식으로 지어진 제로니모스 수도원은 내부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벨렘 지구를 반나절 정도 할애하여 천천히 도보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윽고 포르투갈 리스본 시내로 이동하는 버스. 분명 안내문에는 선택 관광을 하지 않으면 시내를 돌아볼 수 있다고 쓰여있었는데 막상 아무도 선택하지 않으니 버스로만 로시우 광장을 돌고 내려주지 않았다(!!!)

 

 

그림의 떡이 아닌 눈앞의 광장. 이렇게 날이 좋은데 내려서 걷지도 못하다니... 툭툭을 그다지 타고 싶지 않아서 선택하지 않은 것인데 그냥 스킵할 거면 미리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일정표에 적은 것이 무슨 소용인지? 패키지 여행 자체를 거의 다닌 적이 없는데 퇴사 직전까지 시간이 촉박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이번 일정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렇다고 썩 저렴한 패키지도 아니었다.) 

 

 

물결치는 모자이크 타일이 아름다운 포르투갈 리스본의 로시우 광장(을 버스 안에서 바라본 풍경......).

 

 

 

날 좋은 날  꽃을 다듬고 있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플로리스트와 로시우 광장(을 버스 안에서 보고 계십니다)222.

 

 

 

결국 내린 곳은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어느 공사장 옆 식당. 브라질에도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는 '자카란다'의 보랏빛 꽃이 아니면, 여기는 왜 들르는 거지? 하고 화날 뻔했다.

 

 

 

자카란다가 예쁘니 참는다.

 

 

 

그 와중에도 포르투갈 대표 요리, 바깔라우는 정말 맛있다.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인 바깔라를 감자, 양파 등과 함께 찌듯이 요리한 음식인데, 달달하고 독한 포르투 와인과의 궁합이 환상적이었다.

 

 

 

흥이 깨져서 이후 사진은 몇 없는데, 그대로 버스로만 시내를 휙 돌고 포르투갈을 떠나 버렸기 때문. 포르투갈을 일정에서 빼고 스페인으로만 엮어도 한 곳 한 곳 보기 벅찬 일정이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스페인 세비야까지 6시간 버스 이동을 포함하면, 버스를 통해 마진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안녕, 리스본... 언젠가 다시 올 날이 있겠지?????? ㅠㅠ

 

전 일정을 합하면 버스에서 24시간 이상을 보내는 셈. 물론 우리 친절한 그라나다 출신 기사님은 너무 좋으셨지만... 여행사에서 제대로 연구하고 짠 루트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스페인 전국 횡단하는 게 뭣이 중하다고... '포르투갈' 통합 패키지라는 데 현혹된 이 모녀의 불찰이다. 그렇게 포르투갈 리스본을 허망하게 떠나왔다.

 

 

 

세비야까지 장장 6시간을 달리는 버스. 풍경이 멋지지 않았다면 계속 화가 난 채로 나머지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드디어 세비야의 랜드마크가 보인다. 회사 건물이라는데, 정말 볼품없이 생겼지만 저 건물을 기준으로 세비야 지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세비야 시내에 내리자 후끈한 여름 공기가 느껴졌다. 남쪽으로 6시간을 직진했으니 날씨의 변화는 당연한 것. 조금 걸어서 플라멩코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 앞은 엄청난 대기줄이 있었는데, 한 타임이 끝나면 우르르 빠져나오기 때문에 대기시간 자체는 그리 길지 않다.

 

 

 

공연장 안 샹들리에 장식. 안은 굉장히 어둡고 침침하다.

 

 

 

허름한 학교 강당 같은 공연장이었는데, 배우들은 유명한 분들이라고 한다. 오늘은 다른 날 보기 힘든 전국구(?) 플라멩코 댄서분이 출연하는 날이라 굉장히 운이 좋은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 플라멩코 공연장에는 거의 단체관광객만 오는지 한국어 리플렛도 비치되어 있었다. 저 중 왼쪽에서 세 번째 배우 분이 아까 말한 전국 순회공연을 다니시는 분이라고. 사진을 찍는 것은 허용되어 있기에 모두들 휴대폰을 쥐고 공연 시작만을 기다렸다.

 

 

 

음료를 하나 주문할 수 있는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샹그리아가 거의 물 맛이다. 양도 아주 적다.

 

 

 

드디어 막이 열리고, 출연진들이 등장했다. 물론 스페인 플라멩코 공연의 댄서들도 멋졌지만, 스페인 플라멩코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라이브 음악 밴드들이 정말 대단했다. 기타 연주도 화려한 데다, 생목으로 창을 하듯이 한 시간이 넘도록 노래를 부르시는 명창 할아버님의 포스가 압권이다. 안달루시아의 가락을 쭉쭉 뽑아내시던 대단한 분이다.

 

 

 

탭 댄스를 접목한 남자 플라멩코 무용수들의 발재간이 정말 뛰어나다. 스페인 플라멩코라고 하면 빨간 드레스의 카르멘이 먼저 떠오르는데, 남자분들의 안무는 더욱 파워풀하면서도 그와 대비되는 섬세함이 돋보였다. 

 

 

 

특히, 유명하다고 한 그분이 독무를 하는 동안에는 모든 관객들이 숨 죽이고 몰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잠깐 보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프로는 프로인가 보다.

 

 

 

스페인 플라멩코 무용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 열정과 자부심이 드러나서 보기 좋았다. 스페인 플라멩코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도, 이번 공연을 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공연장을 좀 리뉴얼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지만 말이다.

 

 

 

어디서 많이 뵌 인상의 여자 댄서분. 누구지 누구지 생각하다 어느덧 공연이 끝나 버렸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름다운 플라밍고의 선을 그대로 춤으로 승화시키는 스페인 플라멩코 무용수들의 열정에 응원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후학 양성이 어려운 탓인지 전체 공연팀의 평균 연령이 높아 보였다. 어느 나라나 전통을 지켜가는 일에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스페인 플라멩코 공연을 마치고 교외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 앞에 마트와 상가가 있었는데 역시 단체 관광객을 위해 급히 조성된 곳으로 상가 공실율이 높아 안쓰러워 보였다. 

 

 

 

숙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는데, 급하게 지어 곳곳에 어색하게 마감된 것들이 많았다. 콘센트나 냉장고가 안 된다든가... 뭐 그런. 상가 한편 아주 볼품없는 타파스 펍을 눈여겨보았다가 숙소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숙소에 들어오고 나면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에 가까운 곳을 조금 둘러볼 수 있지만 항상 교외 지역에 나오다 보니 제대로 구경할 거리는 없다.

 

 

와인과 맥주, 진토닉 같은 칵테일을 1유로, 2유로 정도에 파는 곳이었다. 그냥 동네 타파스 펍에 가면 이렇게 싼 것들을... 선택 관광에서는 비싸게 주거나 기본으로 세팅된 것들만 먹어야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유럽 땅을 밟았지만 너무 졸속으로 찍고 가는 일정이다 보니 뭘 보고 다니는 것인지 감흥이 좀 떨어지긴 한다. 

 

 

 

아무리 좋은 나라도, 좋은 음식도 자유가 없으면 즐거움이 반감된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여행이다. 다음에는, 특히 유럽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일주일 동안 한 두 도시만 집중적으로 자유여행을 해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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