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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세비야 여행 (스페인 소매치기)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1. 1.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9]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여행 6일 차를 꽉 채운 세비야 여행. 단연 스페인 광장과 세비야 대성당이 세비야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특히 세비야 대성당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과 더불어 세계 3대 성당으로 꼽히는 명소이다. 세비야의 5월 말 기온은 한낮 37도까지 치솟기 때문에 햇빛 피할 곳이 전혀 없는 스페인 광장에 서둘러 도착했다. 

 

 

 

1929년 라틴 아메리카 박람회에 사용하기 위해 준공되었으니 아직 100년이 채 되지 않은 신축 건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인의 58개 도시의 사건과 상징을 나타낸 타일 작품들이 구간별로 나뉘어 장식되어 있으며, 박람회 당시 그 앞에 부스를 세울 수 있도록 구획을 나누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곳곳에 놓인 벤치 하나에도 아름다운 타일이 수놓아져 있다. 타일 양식은 세비야 여행 중에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 국토회복운동(레콩키스타) 이전 무어인의 통치 하에 있던 시기에 남은 이슬람의 흔적이 융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문화와 문화가 부딪치며 뒤섞이는 변곡점에는 예술도 문화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게 되는 법.

 

 

  

아름다운 타일 위에 강렬한 태양이 그려낸 그림도 아름답다. 세비야 여행 중 골목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작은 소품점에도 이러한 타일 양식을 반영한 기념품들이 즐비하다. 

 

 

 

활짝 편 주작의 날개처럼, 커다란 타원을 그리며 광장을 감싼 건축물의 구조가 아름답다. 태양이 빛을 수직으로 내리꽂는 통에 한쪽 편은 거의 그림자에 갇혀있다. 

 

 

 

어찌나 뜨거운지 광장 한가운데에는 선뜻 사람들이 나오지 못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문화 유적을 온전히 느끼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고 싶었던 우리 모녀의 선택은 5월에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이었다. (...)

 

 

선글라스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 정경을 눈으로 보지도 못 했을 것이다. 더우나 마나 예쁜 한복을 개시해서 마냥 행복하신 엄마의 뒷모습을 찍어드리는 것으로 본 여행의 소임을 다 한다.

 

 

 

세비야 여행을 온 단체 관광객들이 광장을 가로질러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일반 시민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남겨진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눈이 시린 느낌마저 주는, 세비야 광장의 작열하는 태양. 렌즈가 녹아내릴 것 같았다.

 

 

 

한복과 어울리도록 가벼운 크로스백을 메고 있었는데, 이것이 곧 일어날 세비야 여행의 악몽을 불러일으킨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눈을 돌리면 어디에나 있는 아름다운 타일 장식을 기록하느라 손가락이 쉴 틈이 없다. 세비야 여행의 백미, 스페인 광장의 작은 수로를 둘러싼 길고 긴 난간과 가로등 몸체 또한 형형색색의 타일로 마감되어 있었다.

 

 

 

이곳의 왼편으로는 양산이나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아주 비싼 편은 아니니 선글라스나 모자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하나 구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비야 대성당까지 도보로 10분가량 걸리는데, 세비야 여행 선택관광으로 준비된 마차를 타고 가는 것은 좀 아까운 생각이 들어 굳이 선택하지 않았다.

 

 

 

 세비야 대성당으로 가는 길은 스페인 광장에 속해 있는 마리아 루이사 공원을 가로질러 골목골목을 거쳐야 한다. 

 

 

 

세비야의 뜨거운 날씨를 대변해 주는 듯한 야자수가 공원 곳곳에 보인다. 온갖 꽃들이 만개해 있어 가는 길이 심심하진 않았다. 문제는 골목에 들어서서부터이다. 분명히 가방을 열지 않았는데 자꾸만 열려 있는 가방을 보며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일행들과 함께이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고 걷고 있었다. 수시로 가방을 체크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아뿔싸. 정말 순식간에 지갑이 없어졌다. 

 

 

 

바로 이 골목 귀퉁이를 돌면서 여행객을 노린 3인조 스페인 소매치기 그룹에게 당한 것이다. 수시로 가방에 손을 대고 지퍼를 올리면서, 또 쳐다보면서 걷고 있었는데도 순식간에 당했다. 허망하게 열린 크로스백 지퍼 사이로 지갑이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는데 바로 뒤에 있던 스페인 소매치기범도 놀랐는지, 주운 척을 하며 지갑을 돌려주었다. 10대 여학생이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 행색이었는데, 3명이 혼성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가게를 구경할 때는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이런 골목에서는 사진에 공을 들이지 않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사진을 남기려다 신분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할 것은 포기하도록 하자.

 

 

 

소품 가게 앞에서 돌려받은 지갑을 확인해 보니, 다행히 카드나 상품권 등이 그대로 있었다.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세비야, 특히 세비야 대성당 근처는 관광객들로 인한 혼잡도가 극심하여 스페인 소매치기범이 쉽게 여행객의 주머니를 털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웬만하면 필요한 물건을 미리 준비한 후 현금은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십년감수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시 마차 투어를 간 다른 일행을 기다리기 위해 가이드님과 함께 스타벅스에 머물렀다. 만약 신용카드와 신분증을 모두 잃어버렸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이후 세비야 여행 일정 중 이런저런 설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다. 타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탁월한 관광자원을 가지고도, 왜 치안 때문에 오점을 남기고 있는 것인지...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일행들이 도착하여 세비야 대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 히랄다 탑 앞으로 정말 정말 긴 줄을 서야 하니 히랄다 탑을 미리 촬영하려고 다른 곳에서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 (세비야 대성당 사진 중 히랄다 탑 사진이 가장 많이 남게 되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 ㅎㅎ)

 

 

 

무어인들이 남겨 둔 모스크를 기초로 수 세기를 거치며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네오 고딕 양식까지 혼재된  세비야 대성당은 세비야 여행 중 만날 수 있는 가장 신비로운 건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슬람 특유의 뾰족한 아치형 구조가 신비감을 더하는 세비야 대성당의 출입구의 모습.

 

 

 

웅장한 내부로 이어지는 이 문은 방문객들을 다른 차원으로 인도하는 시공간의 균열처럼 느껴진다.

 

 

 

입구 앞 천장을 마음의 준비 없이 올려다 봤다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는데, 커다란 악어 박제가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악어는 목재 조각 위에 실제 악어의 가죽을 입힌 것인데, 박제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13세기여서 이렇게 보존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이 악어가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방향은 오렌지 정원이 있는 곳이다. (오렌지 정원을 안쪽에 배치한 것은 이슬람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악어의 시점으로 본 오렌지 정원. 세비야 대성당의 악어에는 슬픈 사연이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대왕처럼 학술, 문예의 부흥을 이끌며 역대 스페인 왕 중 현왕으로 추앙받는 알폰소 10세의 딸 베렝겔라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이집트의 왕자 에미르가 보낸 갖가지 진귀한 선물 중 살아있는 악어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청혼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이집트에서 사후 악한 영혼을 삼키는 역할을 한다는 악어 형상의 신, '소벡'에 대한 정보가 13세기 스페인에도 전해졌던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한다. 800년에 걸쳐 대성당의 입구에서 악귀를 쫓는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는 악어가 측은하기도 하다.   

 

 

 

진귀한 선물을 바치고도 공주를 얻지 못한 불쌍한 이집트 왕자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세비야 대성당 안에 들어섰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금방이라도 돌아갈 것 같은 천장의 조각을 보니 숨이 턱 멎는 듯했다. 층고가 주는 공간감이 가히 압도적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 세인트 폴 대성당 모두 가보았지만 건축물 자체에서 오는 위압감은 세비야 대성당이 가장 강렬한 것 같다. 

 

 

 

혼재된 건축 양식은 세비야 여행을 미지의 세계로 확장시킨다. 수많은 직선과 곡선의 중첩 끝에 놓인 스테인드글라스는 공간의 신비감을 한층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자연과 우주 앞에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이, 어떠한 영감으로, 어떠한 연유로 숭고한 건축물을 세우고 장엄한 역사를 발전시키며, 인생보다 큰 세계를 역으로 사유하는 것인지. 현실에 부딪치는 일상의 연속이 인생이지만 그것들만이 인생의 총합이 된다면 그보다 슬픈 일이 더 있을까. 직관과 사유의 자유를 위하여, 우리는 여행하는 것이다.

 

 

 

성인의 사건을 섬세히 조각한 제단의 모습. 그 장엄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때로는 권력자의 과시와 사치로 인해 이러한 예술이 제작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부와 명예만을 위해 움직이는 예술가는 결코 걸작을 완성시킬 수 없다. 그에 대한 욕심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이상의 사명감이 있어야만 1차적으로 완성이 가능하며, 2차적으로 결과가 보존된다. 

 

 

 

세상에서 받은 보상 그 이상의 평안과 만족이, 영원한 행복이, 이름 모를 장인의 평생에 함께하였으리라. 그 만족과 성취와 행복으로, 천국이 이미 그의 마음에 있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거대한 제단을 만든 장인의 이름은 Fleming Pieter Dancart이며, 그리스도의 생애의 사건 45편을 담은 이 제단은 그의 평생에 걸쳐 만든 역작이라 한다.

 

 

 

무언가를 마음에 없이 억지로 표현했다면, 그는 현대에서도 암흑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암흑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중세 시대에 살았던 장인의 마음이 (그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그가 표현한 작품과 일치한다면 그는 암흑의 시대에 살았던 것이 아니다.

 

 

 

많은 역사가와 평론가들이 분석을 내놓고 그로 인한 명예를 또다시 얻어가지만, 창작을 하는 한 인간으로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의 명예를 얻고자 하는 그러한 인식 자체가 없었던 순간에 만들어진 작품만이 걸작으로 남는 것이라고. (걸작의 기준은 평론가의 기준과 다를 것이며 앞으로 수세기가 지나면 현존하는 걸작의 리스트도 상당 부분 재평가되고 뒤바뀔 것이다.)

 

 

 

교황의 망토를 비롯한 갖가지 성물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음영의 깊이를 모두 수백 번 수천번의 자수를 레이어드 하여 표현한 것이 기가 막힌다. 

 

 

 

금속을 주조한 것보다 더 세밀하고, 더 강렬하다. 이 작품을 수놓은 장인이 현세에 살며 유튜브 계정을 운영한다면 금세 백만 구독자를 넘길 것이 분명하다! (아, 야속한 시대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우리 선조의 자수도 너무나 단아하고 멋지지만, 자수를 가지고 양각의 공명을 표현한 서구 가톨릭의 자수 장인들도 정말 대단하다. 

 

 

 

성물 구경만 해도 종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세비야 대성당. 세비야 자유여행을 기획한다면 대성당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기를 추천드린다.

 

 

그리스도의 가시 면류관 일부가 가운데에 보존되어 있는 은장 성물. 정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있어 사진 찍을 순서를 오래 기다려야 한다.

 

 

콜럼버스의 관 또한 세비야의 모든 여행객들이 보려고 몰려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에 사람이 많다. 스페인 왕실과의 애증과 악연으로, 스페인 땅에는 절대 묻히지 않겠다는 콜럼버스의 유언에 따라 스페인의 네 왕이 콜럼버스의 관을 치켜들고 있다. 둘은 항해를 찬성했고, 둘은 항해를 찬성하지 않았던 관계로 고개를 들거나 숙이고 있다. 

 

 

 

수세기의 온갖 양식이 겹쳐진 세비야 대성당은 천장을 유심히 보아야 진가가 드러난다. 구경하는 구획마다 꼭 천장을 한 번씩 체크하시라. 아름다운 성물들 만큼이나 소장(이 불가능하지만) 하고픈 천장이 세비야 여행객들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이 멋진 방의 정체는 성당의 고위 인사들이 모여 기밀 회의를 하던 회의실이다. 이곳에서 논의하는 내용은 방의 구조상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바닥 타일부터, 고풍스러운 벽지, 아름다운 장식의 천장까지 어느 하나 눈을 뗄 곳이 없다.

 

 

3D 그래픽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세비야 대성당 기밀 회의실의 모습. 작업실이 이런 구조이면 정말 집중이 잘 될 것 같다. 

 

 

챔버 룸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은 스페인의 라파엘로로 불리는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Bartolomé Esteban Murillo)의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챔버도 방, 룸도 방이라는 뜻인데.. 왜..??)

 

 

하나의 완벽한 펜던트 같은 돔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 하지만 구경할 것이 너무나도 많으므로 다른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발길을 서둘러야 한다.

 

 

 

이 와플형 천장의 대기공간을 지나면 바로 진귀한 성물실이 다시 나온다.

 

 

 

금장 성물을 비롯,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지만 최고 존엄은 이 반대편에 위치한다.

 

 

 

바로 이 왕관이다. 가운데 정면의 천사와 꼭대기에 위치한 비둘기를 꼭 자세히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천사의 몸통 자체를 커다란 진주를 깎아 만든 것이라고 하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에메랄드와 루비, 진주, 다이아몬드를 수놓은 이 왕관은 사진가들에게도 인기가 좋아서, seville cathedral pearl crown이라 검색하면 엄청난 화질의 사진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가히 세비야 여행의 보물이라고도 칭할 수 있을 것 같다.

 

 

 

성물방을 나오면 한쪽에 이렇게 무어인을 굴복시키는 스페인 왕의 모습도 상부에 조각되어 있다.

 

 

 

히랄다 탑에 오르면 이런 모습이 펼쳐진다. 올라가는데 꽤 오래 걸리지만, 피렌체 두오모의 계단에 비하면 경사로가 대부분이라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세비야의 지붕은 붉은색보다는 흰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기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 세비야.

 

 

 

내려다보이는 오렌지 정원이 아름답다. 성당 안의 오렌지 나무라니, 참 안 어울리는 조합 같으면서도 정답다.

 

 

 

양식을 판가름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첨탑과 기둥의 구조도 위에서 더 잘 관찰할 수 있다.

 

 

 

내게 스페인 소매치기 체험의 굴욕을 안겨 준 세비야였으나, 역시 볼거리와 비례하는 감동과 재미가 있는 문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현왕이 머물던 자리에 현명한 시민들이 도시의 가치를 빛내주기를 기원하며, 히랄다 탑을 떠났다.

 

 

 

안녕, 세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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