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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파티마(가톨릭 성지순례)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0. 17.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7] 

 

 

이동, 이동, 또 이동.

 

살라망카에서 파티마까지의 이동거리는 거의 4시간에 달한다. 이 시간 동안 가이드님이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가톨릭 성지순례 주요 도시인 파티마에 관한 역사적 설명과 함께 관련 영화를 보여주셨다. 

 

1952년 미국에서 개봉한 존 브람 감독의 파티마의 기적(The Miracle Of Our Lady Of Fatima)이라는 영화인데, 50년대에 만들어지다 보니 약간은 촌스러운 색감과 CG, 그리고 미국 개신교 입장의 해설이 많았다. 비록 냉담자이긴 하지만 기독교 문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큰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는데, 개중에는 숙면을 취하시는 일행분들도 있었다.

 

 

*파티마의 기적 줄거리

 

1차 세계대전 당시, 포르투갈의 아주 가난한 마을에서 목동 일을 하던 어린 세 남매 루치아, 히아친타, 프란치스코 앞에 1917년 5월 13일, 밝게 빛나는 여인의 형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여인은 자신이 묵주의 성모이며 매 달 13일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 루치아와 포르투갈, 그리고 러시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일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내용에는 2차 세계대전 발발과 교황 암살에 관한 예언도 포함되었다. 성모는 루치아에게, 이를 공표하기까지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주의를 주었다.

 

 

1917년, 성모를 보려는 인파로 언덕을 가득 메웠던 그 자리에 이렇게 기념 광장과 대성당이 조성되어 있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누명을 쓴 세 아이는 그럼에도, (자신들이 본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본 것에 대한 증언을 굽히지 않았고, 성모의 발현 소식은 포르투갈 전국에 퍼지게 된다. 조소하던 사람도 많았으나 결국 전국 각지에서 파티마로, 성모를 보기 위한 대이동 현상이 펼쳐졌으며 10월 13일까지 성모를 목격한 사람이 7만여 명에 이르게 된다. (어떤 이에게는 보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태양이 여러 빛깔의 광채를 내며 빙글빙글 도는 현상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현상과 성모의 예언은 후에 교황청을 통해 사실로 공인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조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티마의 성모 발현 참조 글

 

파티마의 성모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1917년 당시 루치아 도스 산토스(가운데)와 그녀의 사촌들인 프란치스코 마르토(오른쪽)와 히야친타 마르토(왼쪽) 파티마의 성모(포르투갈어: Nossa Senhora de Fátima, 영어: Our Lady of Fatima)는 포르투갈의 산타렝 현 빌라노바데오렘에 있는 마을 파티마에서 세 명의 어린 목동에게 나타났다는 성모 마리아를 부르는 칭호이다. 파티마의 성모는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매월 1

ko.wikipedia.org

 

 

가톨릭 성지순례 명소 파티마는 많은 가톨릭 신자가 찾는 곳이라고 한다. 매년 성모 발현 날짜인 5월 13일과 10월 13일에는 100만여 명의 순례자가 이곳 대성당과 광장을 가득 메워 장관을 이룬다고. 5월 29일에 찾아갔기 때문에 그 광경을 목도하지는 못했지만 한적함 속에서도 많은 울림을 주는 곳이었다.

 

 

 

아마도 가톨릭 성지순례 장소 중 가장 최신식 건물이 아닐까 싶은, 2000년대에 신축된 '성 삼위일체 대성당(Basilica da Santissima Trindade)'의 모습.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당이라고 한다. 이곳의 왼편으로는 현대적인 조형으로 재해석된 거대한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 너머 펼쳐진 너른 광장 초입부터 미사를 드리는 공간까지 뻗은 수백 미터의 길을, 기도문을 외우며 무릎을 꿇은 채 이동하는 젊은 여성 순례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광장 둘레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가톨릭 성지순례지 파티마 대성당(Basilica of Our Lady of the Rosary (Fátima) / 포르투갈어: Basílica de Nossa Senhora do Rosário)으로 직행할 수 있다. '바실리카'는 교황의 공인 하에 성지 등에 한하여 일반적인 대성당보다 높은 등급의 성당을 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새하얀 대성당의 벽면과 첨탑의 금빛 왕관이 뜨거운 햇살을 그대로 반사하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성모의 자애로운 모습. 파티마 대성당을 가까이 보면, 다른 대성당에 비해 부드럽고 여성적이며 순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파티마의 기적 줄거리를 그대로 압축해 놓은 듯한 조형물. 심미적으로도 아름답고 색채와 조형에 군더더기가 없다. 군데군데 비치된 모든 조형물들이 놀랍도록 현대적인 미가 돋보였다.

 

 

 

대성당으로 내려가는 길 우측에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베를린 장벽의 일부라고 한다. 예언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기에 기념하기 위하여 가져다 놓았다고.

 

 

광장 중앙의 미사 공간에서 마침 설교가 진행되고 있었다. 성모가 나타난 바로 그 자리에 작은 예배당을 만들어 둔 것이다. 특별한 날, 특별한 시간이 아님에도 자리를 꽉 메운 가톨릭 성지순례자들의 모습에 은은한 감동이 일었다.

 

 

 

개인적으로, 천주교든 기독교든 성가곡들이 지닌 호흡과 음률을 참 좋아한다.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인된 가톨릭 성지에서 듣는 순례자들의 찬송에서는 맑은 숲의 향이 나는 듯했다.

 

 

 

소성당 왼편에는 촛불 봉헌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널찍하게 마련되어 있다. 초의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해서,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가톨릭 성지순례 방문객들이 드리고 싶은 기도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세례만 받고 교회에 나간 지 까마득한 냉담자 모녀도 오랜만에 기도를 드려 본다. 당신이 좋아하실지 잘은 모르겠지만, 태어난 이상 조금이라도 인류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게 해 달라고. 

 

 

 

파티마의 기적은 태양의 표징도, 베를린 장벽의 무너짐과 2차 세계대전 발발의 예언 성립도 아닌, 그 어떤 기념일도 아닌 보통의 하루에 그들의 티 없는 성심으로 모여든 한 명 한 명의 사람들 그 자체일 것이다. 불과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사건이 이토록 빠르게 공인되고, 놀랍도록 현대적으로 기념되고, 20세기의 상흔을 모르는 이들의 하루에도 오롯이 녹아있다는 것에, 스쳐가는 나그네 주제에 뭉클함을 느꼈다. 

 

 

 

가톨릭 성지순례 투어를 마치고, 우리 숙소인 사오 주제 호텔에 도착했다. 작고 예쁜 수녀원 같은 분위기의 정감 가는 곳이었다. 객실 내부에는 정말 최소한의 것들만 구비되어 있었다. 순례자에게 사치는 필요 없을 테니, 그 또한 이곳과 어울린다 생각했다.

 

 

  

호텔 1층 식당의 내부. 의외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다.

 

 

 

잊고 있었는데, 벽면에 장식된 자기들을 보니 포르투갈이 포슬린 아트로도 유명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밀려오는 허기로 인해 자세히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드디어 고대하던 포르투갈에서의 첫 식사. 시금치가 들어간 수프였는데 보기보다는 맛이 훌륭했다. 

 

 

 

담백한 닭요리와 포르투갈 맥주. 직원 분이 부족할 때마다 추가로 덜어주셔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별다른 특색은 없었으나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

 

 

 

단출하지만 귀여운 과일 디저트. 아늑한 시골 뷔페에 온 기분이었다. 

 

 

 

배를 채우고 나니 눈에 들어온 호텔 로비의 조형 작품. 사진으로는 투박해 보이지만 색색의 조명과 함께 단조로운 로비 공간을 생동감 있게 살려주고 있었다.

 

 

 

배가 불러 잠시 산책을 나가기로 했는데, 붉은 꽃이 만개한 아기자기한 정원이 썩 괜찮았다. 

 

 

 

역시 산책을 즐기고 있는 검은 고양이 네로도 있었다! 먹이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주변 가게들에서 돌아가며 돌봐주는 듯했다. 

 

 

 

그의 느릿느릿한 걸음 속에서, 검은 고양이에게도 자애로운 이곳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소화도 시킬 겸 다시 한번 파티마 대성당을 둘러본 후, 저녁 일정을 자체적으로 마무리했다.

 

 

 

다음 날, 리스본까지는 141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새벽같이 길을 재촉했다. 성모상이 배웅하는 듯한, 쇼윈도의 모습.

 

 

 

가톨릭 성지순례 명소, 파티마의 여명을 뒤로하고, 그렇게 또다시 먼 길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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