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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미식리스트 Foodies List

성수동 맛집, 최현석 셰프의 중앙감속기

by 응댕이를쳐라옹 2020. 3. 17.

길어진 재택근무로 식비도 아꼈겠다, 최근에 문을 열었다는 성수동 맛집 최현석 셰프의 퓨전 레스토랑 '중앙감속기'에 다녀왔다. (집에만 있기 좀이 쑤셔서...) 저녁에 갔더니 사람이 본인 테이블 밖에 없더라는 지인의 소식을 듣고, 평일 점심엔 더 사람이 없겠지! 생각하며 냉큼 걸음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게 웬걸, 재택근무도 많은 요즘, 평일 점심에 만석이라니! 역시 최현석 셰프다. 오픈하자마자 성수동 맛집으로 등극한 터라 네이버에서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자리에 못 앉을 뻔했다.

 

 

중앙감속기는 도무지 식당이 나올 것 같아 보이지 않는 후미진 공장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수동 맛집 골목 어드메가 아닌 진짜 중앙감속기를 제조하던 공장을 인수한 것이니 위치가 식당 하기 좋은 자리일리 없지 않은가. 그래도 대를 이어 공장을 지키던 공장장님의 뜻을 이어받아 이런 앙증맞은 컨셉도 차용했다.

 

 

직원분이 처음에 테이블 세팅을 하면서 두루마리를 하나 건네주시는데 설계도면처럼 생긴 메뉴판이다. 우측 인부 대장 맨 위에 작업반장으로 최현석 셰프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점심에 운영되는 메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주요하게 봐야 할 곳은 주류 메뉴이다. 

 

 

 

우리는 장미 유자 에이드인 '널 위해 준비했어 장미'와 고량주인 강소백 하이볼 진저에일을 시켰다. 메인 메뉴는 엄청난 고민 끝에 차돌 마라 크림 짬뽕과 새우 커리 파스타, 그리고 발사믹 꿔바로우를 주문했다. 

 

 

기다리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허름한 공장 내부를 살린 성수동 맛집 특유의 키치한 감성과 대비되는 화려한 샹들리에였다. 요즘 어디 가나 샹들리에가 인테리어 대세인가 보다. 

 

 

풍문으로 들은 대로, 서빙하는 홀직원 분들이 거의 모델급이다. 얼굴과 키를 보고 뽑으시다 보다... 얼굴 반을 가리는 마스크를 다들 쓰고 계셔서 눈 밖에 보이지 않아 아쉬웠지만 코로나 19엔 장사 없으니 다들 철저히! (내 얼굴은 왜 반이 다 안 가려지는 거...)

 

 

기본찬은 짜사이인 척하는 단무지인데, 들기름 향이 나는 고추기름으로 버무려 특이한 짜사이의 맛이 난다. (맛있다!) 그리고 조개껍질 덜어 놓는 용도의 귀여운 시바견 그릇. 

 

 

장미 유자 에이드와 강소백 하이볼이 나왔다. 장미향이 보통 좀 화장품 스킨 냄새가 나는데 유자맛과 블렌드되어 꽤나 매력적이었다. 강소백 하이볼은 음... 하이볼은 역시 위스키로 해야 제 맛인 듯. 고량주 냄새가 잡히지가 않아서 중식 요리와 함께 먹는 것이 아니라면 좀 역한 느낌이다.

 

 

주방 정가운데에서 진두지휘하는 성수동 맛집 중앙감속기의 작업반장 최현석 셰프! 보통 유명한 셰프가 되면 아랫사람들에게 맡겨 놓고 얼굴도 잘 안 비칠 것 같은데 플레이팅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담아내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저 자리에서 담은 그 그릇이 우리 테이블로 바로 서빙되어 적잖이 놀랐다. (꺅!)

 

최현석 셰프가 직접 플레이팅한 차돌 마라 크림 짬뽕! (19,000원)

 

역시 최현석 셰프가 직접 플레이팅한 새우 커리 파스타 (17,000원)

 

다른 직원 분이 플레이팅 해주신 발사믹 꿔바로우 (18,000원)

 

 

파마지아노 치즈 디테일 보소. 산딸기가 그대로 보이는 발사믹 소스도 새콤하니 맛있고 검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꿔바로우의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던 성수동 맛집 중앙감속기의 발사믹 꿔바로우. 

 

 

별로일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시킨 이 새우 커리 파스타가 정말 압권이었는데, 수년 전 맛 본 홋카이도 수프 카레 맛과 똑같다. 정말 따뜻하고 적당히 묽고 맛있다. 새우는 또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다 못 먹을 뻔했다. 셋 중 비주얼 임팩트는 가장 떨어져도 성수동 맛집 중앙감속기에서 맛봐야 하는, 추천 메뉴로 꼽아 본다. 

 

 

 

점심때 꿔바로우 말고 다른 요리 메뉴가 있었으면 아마도 다른 걸 시켰을 텐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맛은 있는데, 이곳이 아니더라도 다른 중식당이나 일반적인 성수동 맛집에서 먹는 꿔바로우도 발사믹 없이 충분히 맛있기 때문에... 아마도 찍먹을 못 하는 구조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좀 축축한 느낌. 

 

 

 

차돌 마라 크림 짬뽕은 마라탕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드셔 보시기를 추천한다. 크림이라 알싸한 맛이 중화되어 있을 것 같지만 마라 맛이 꽤 강렬해서, 너무 연할까 봐 걱정했던 나로서는 굉장히 맛있었다. 청경채를 비롯, 새우, 조개, 오징어, 소라 등 각종 해산물이 정말 정말(!!!) 많이 들어 있어서 모자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자 둘이 해치우기 버거운 양이었다. (남자들끼리 와도 부족함 없는 푸짐한 성수동 맛집으로 임명한다!)

 

 

미친 듯이 먹다 보니 만석이던 주변 테이블 손님들이 싹 빠져 있는 마법이! (평일 점심이지만 최현석 셰프가 연 따끈따끈한 성수동 맛집에 들르고야 말겠다는 모두의 의지...!) 

 

 

 

나중에 코로나 19가 꺼지고 나면(...) 진득이 저녁 모임을 가져보아도 좋을 것 같은, 성수동 맛집 중앙감속기였다. 그때에도 최현석 셰프가 이날처럼 주방에 계신다면 무척 행복할 것 같다. 아마 그땐 대기 줄이 어마무시하게 길겠지?

 

 

 *집사의 미식 리스트는 애주가 집사의 자비로 이뤄지는 순도 100%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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