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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미식리스트 Foodies List

광화문 맛집 (연어덮밥)

by 응댕이를쳐라옹 2020. 2. 24.

 

요즘처럼 코로나 여파로 조심조심 실내 데이트를 해야 할 때, 광화문 맛집이 가득한 디타워는 좋은 대안이다. 탁 트인 조망과 여유로운 동선으로 타인과의 안전거리를 넉넉히 유지할 수 있고 선택지가 여러가지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들른 디타워. 너무 오랜만에 간 탓인지 우리가 자주 가던 중동 퓨전 레스토랑 허머스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느 중식 레스토랑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허탈한 마음을 안고 자주 올라가지 않던 맨 위층으로 발길을 돌렸다. 간단히 먹을 연어덮밥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차였다.

 

어디를 새롭게 가볼까 두리번거리다가, 한쪽 구석에 자리한 일식 가정식집이 보였다. 쟁쟁한 광화문 맛집들을 뒤로하고 일식 가게에 가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식재료가 일본산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점심을 해결하러 들어섰다.

 

겉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작은 가게 같았는데 내부에 들어서니 널찍한 홀이 등장했다. 채광도 좋고 인테리어가 깔끔해 어느 비즈니스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우리 마음 속에서 고급진 분위기의 광화문 맛집 후보로 올라서는 순간.

 

정갈한 후와후와의 메뉴판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아보카도 연어덮밥과 게 한마리 솥밥을 시켰다. 껍질이 보드라운 소프트 크랩이라 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태국요리 푸팟퐁커리처럼 진짜 소프트 크랩이 나올까?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니 카스 한병과 미소항정살도 주전부리로 주문해보았다.

 

게 한마리 솥밥이 15,800원, 아보카도 연어덮밥이 14,800원이니 그리 싼 편은 못 된다. 맛이 좋으면 뭐, 가격은 잊어버리게 되니 일단 기대를 해본다.

 

 

미소항정살이 먼저 나왔다. 정말 작은 양이지만 은근히 꽉 차는 맛이라 해야 하나. 향이 좋은 취나물과 일본식 된장 미소에 졸인 항정살은 한 점만 먹어도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을 주면서 만족감을 더했다. 맥주를 주문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다음은 정갈한 아보카도 연어덮밥. 아보카도의 양은 다소 아쉬웠지만 절인 양파채와 생와사비도 풍미가 좋았고 연어가 풍성해서 좋았다. 연근 튀김을 올린 샐러드도 정말 신선하고 새콤한 소스가 일품이었다.

 

남자친구가 시킨 게 한마리 솥밥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온센 다마고(수란)는 따로 추가해서 올린 것이다. 연어덮밥과 천원 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용물이 꽉꽉 차있다. 버섯, 은행 등 솥밥 본연의 맛을 더하는 재료들이 가득 들어있어 엄지를 치켜올리며 먹었다.

 

 

소프트 크랩도 진짜 부드러운 그 소프트 크랩에 살이 꽉 찬 좋은 녀석으로 나왔다. 광화문 맛집 중 게맛을 제대로 살린 곳이 하필 디타워 한쪽 구석에 있을 줄이야!

 

생각치 못한 곳에서 맛집을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광화문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아도 좋을 광화문 맛집, 후와후와. 기억해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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