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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바르셀로나 구엘공원과 가우디의 가로등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2. 17.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16] 가우디의 흔적이 가득한 바르셀로나의 거리와 구엘공원

 

바르셀로나에서 눈을 돌리는 곳곳마다, 혹시? 하는 의문이 드는 것들은 역시 가우디의 작품일 때가 많다. 바르셀로나 구시가지를 가득 채운 우아한 가로등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샹들리에가 부럽지 않은 가로등이 거리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펼쳐진 광경이라니.

 

어느 평범한 유럽의 거리가 가로등 하나로 멋스러움을 한껏 뽐내게 되었다. 실험적인 디자인을 도입하고 허가를 내어 준 가우디 시절의 공무원들도 대단하다. 얼마 전 저승사자를 연상시키는 관공서 조형물을 민원에 의해 철거했다는 우리나라 기사가 떠올라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기네스와 가우디의 가로등이라니. 시간이 있었으면 흑맥주 한잔 하고 가는 것인데. 

 

건물 자체가 특색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계속 계속 걸어도 질리지 않는 이유. 그 8할은 이 멋스러운 가로등 덕분일 것이다. 같은 날 낮에는 구엘공원에 들러 인파를 헤치고 아마도 다시 못 찍을 사진을 남겼다.

 

구엘공원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조성된 고급 맨션 단지이다. 물론 시내에서 너무 멀고 건축물 자체가 실험적이었던 관계로 분양에는 실패했지만 구엘과 가우디가 어떤 그림을 원했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다. 야자수가 드리워 LA 한복판 같은 느낌도 난다. 

 

전망이 상당히 좋지만 길게 이어진 벤치 가득가득 인파가 몰리므로 앉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잠깐잠깐 자리가 날 때 잽싸게 사진을 찍어야 한다.

 

전망대라고 하기는 그렇고 전망이 좋은 운동장의 한쪽 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전망을 볼 수 있는 끝자락 뒤편에는 이렇게나 넓은 빈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책이나 자료화면으로만 보던 구엘공원의 특별한 기둥들. 계란을 짓이겨 점성을 높였다고 한다. 얼핏 보면 웅장한 나무뿌리 같기도 해서 마치 원시림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옆에 있어야 비로소 크기 가늠이 가능한데, 기둥의 굵기가 굵은 관계로 멀리서 보면 짜리 몽땅한 나무뿌리 같기 때문이다. 기둥의 안쪽을 걸으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한여름에 산책하기 딱 좋다.

 

가우디가 묵었다는 집. 흙빛이 섞인 분홍 벽을 가지고 있다. 자연을 사랑한 건축가답게, 비가 오면 높은 쪽의 건물에서 기둥을 타고 빗물이 모일 수 있도록 설계하여 저수장과 분수대로 물을 흘려보냈다고 한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 같은 외형의 집들. 사진으로 숱하게 보아 온 건물들을 이제서 막상 직접 보려 하니 공사 중이라고 가로막힌 곳이 많았다. 

 

6월의 찬란함이 드리운 구엘공원. 건물들을 유심히 보는 것도 좋지만 계단 옆 타일 장식들도 정말 예술이다. 서로 다른 문양의 타일들을 쪼개어 새로운 문양을 거슬리지 않게 배치한 것이 아름답다. 

 

 

구엘공원의 슈퍼스타, 도마뱀 분수를 보려면 엄청난 경쟁을 뚫어내야 한다. 실제로 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색깔의 조화가 차분히 정돈된 느낌이었다. 공사 중이라고 가로막은 줄이 혓바닥처럼 나와 버렸다. 아래쪽 뱀 머리 형상의 분수 쪽은 한가한 편이다.

 

 

구엘공원 배수로가 오래되어서 그런 건지 도마뱀이 더위를 먹은 건지 물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쫄쫄거리는 통에 침을 흘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햇볕에 바짝 구워지고 있는 구엘공원의 과자집들. 계단에서 위쪽을 바라보면 고대 그리스 신전 같은 회랑이 보이는데 상당히 멋지다.

 

특이한 건물과 아름다운 기둥, 멋진 경치를 고루 갖춘 구엘공원도 여느 공원과 마찬가지로 오후의 휴식을 찾아 산책 나온 바르셀로나 시민들을 품어주고 있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구역은 정해져 있기에, 특별한 포인트가 없는 구획에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도심 속 전원생활을 꿈꾼 구엘과 가우디의 사업은 당시에는 실패했지만 요즘엔 잘 먹히는 사업 모델이기도 하지 않은가. 강렬한 인상의 구엘공원을 뒤로하고, 다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만나는 지점으로 돌아가 시장과 거리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어둑한 골목 어귀에는 전쟁의 포탄을 견뎌 낸 낡은 벽이 옛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시민들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도 역시 카탈루냐의 독립을 염원하는 바르셀로나 시민의 외침이 곳곳에 서려있다.

 

아기자기한 상점가를 지나 또 하나의 가우디를 만날 수 있었다. 가우디가 학생 시절에 공모에 내 당선되었던 처녀작이라고 하는데, 모양이 굉장히 화려하기도 또 기괴하기도 했다. 

 

 

가우디의 가로등이 놓인 작은 광장의 풍경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은지, 사진을 찍으려는 행인은 거의 없었다. 시민들은 조용히 먼발치서 타파스를 즐기거나 분수대 근처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붉은 인장과 비둘기 날개의 형상을 한 가로등. 금방이라도 편지를 실어 어디론가 보내줄 것만 같다.

 

5시경 늦은 오후에 간단한 타파스로 가벼운 식사를 즐기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모습. 국내에는 공식 매장이 없는 슈프림 간판을 구시가지의 낡은 건물 속에서 보니 생경한 느낌이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이 있는 광장에는 골동품을 파는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기념품을 하나 사볼까 했지만 그다지 살만한 건 없었다.

 

탁 트인 광장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가까이에서 보면 상당히 크고 아름답다. 다른 대성당들이 원체 많아서 상대적으로 묻히는 것이 아쉽다.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투어는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여행에서 별도로 구성된 선택 관광으로, 해 질 녘 즐기는 타파스와 샹그리아를 곁들인 '선셋 타파스 투어'로 묶여 있다. 다른 선택 관광에 비해 내용이 알차고 괜찮은 편이다. 상세한 음식과 야경은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바르셀로나의 거리.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새로운 포토스팟, 키스의 벽이 나온다.

 

 

바로 이 장소가 최근 유명해진 바르셀로나 키스의 벽. 젊은 유럽(혹은 미국) 관광객 몇몇이 사진을 찍으려 기다렸으나 우리 일행 인원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떠나 버렸다. 

 

이것 하나만 보러 찾아오기에는 사실 그냥 어디엔가 있을 법한 조형물 정도여서, 근처에서 식사를 할 일이 있다거나 할 때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가우디의 숨결이 가득한 바르셀로나에서는 다른 볼거리가 원체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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