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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몬주익 언덕 (Montjuïc)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2. 21.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17] 몬주익 언덕 분수쇼의 낭만과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에 빛나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선수가 땀을 흘렸던 역사의 현장,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는 몬주익 언덕. 40km 지점에서 선두였던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 선수를 제치며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던 곳이 바로 이 몬주익 언덕이다. 

 

 바르셀로나 주경기장의 모습은 아직 건재했다. 우리나라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처럼, 조금은 낡은 느낌이지만 기념품점이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운영되고 있어 둘러보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  

 

몬주익 언덕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 바로 앞에는 황영조 선수 기념비와 2001년 경기도와 바르셀로나시의 우정을 기린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웬 한글 기념비가 있나 했는데 나름의 협약을 맺었던 모양이다.

 

황영조 선수 기념비

한국에서 가지고 온 모양인데, 그 시절이면 설치를 명목으로 좋은 구경하고 갔겠구나, 싶었다. 비록 주목받지 못하는 자리에 위치해있지만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 같다.

 

유유히 일광욕을 즐기는 마른 비둘기들과 산책하는 바르셀로나 시민들. 저녁에는 이 자리에서 대규모 분수쇼가 열린다. 그리 높지 않지만 바르셀로나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사실 해 질 녘 정취가 더 멋지긴 하지만 말이다.

 

언덕이 꽤 높다보니 야외임에도 곳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편하게 바르셀로나 시내를 전망할 수 있다. 박물관도 조성이 잘 되어 있는데, 들어가려면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관람은 할 수 없었다. 

 

에스컬레이터 주변을 수놓은 이른 여름의 꽃들. 강렬히 내리꽂히는 햇살을 받아도 마르지 않는 것을 보면 생명력이 강한 것 같다. 

 

이날의 점심은 (아주 얇은) 소고기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스페인식 기본 샐러드와 샹그리아, 과일이었다. 먹었던 현지식 중 괜찮은 편에 속했던, 마지막 점심.

 

해가 뉘엿뉘엿 질 때, 몬주익 언덕 주변은 마법에 빠진 듯 사랑스러운 색으로 가득 찬다. 분수쇼를 보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드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가벼운 발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바쁜 일정에 대한 걱정도 잠시 잊히는 듯하다.  

 

분수쇼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다리 위에도 인근 건물 옥상에도 사람들이 가득가득 늘어서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낮에 본 언덕 아래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윽고 시작된 분수쇼. 행복한 연인의 모습이 인상깊다. 클래식 음악에 맞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물줄기는 바르셀로나를 닮았다.

 

명절 정체된 도로 위에서 뻥튀기를 팔듯,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에서는 이민자들로 보이는 상인들이 시원한 콜라를 팔고 있었다. 기념품을 파는 노점도 많았는데, 같은 냉장고 자석이어도 더 예쁘고 싼 것들이 몇 있어서 생각지도 못한 득템을 할 수 있었다.

 

몬주익 언덕의 아름다운 하늘과, 분수쇼에 심취한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음악의 선율과 함께하니 여행의 마지막 밤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었다. 

 

몬주익 언덕을 떠나 바르셀로나 구시가지 근처에서 타파스를 즐길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 여행 선택관광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예쁜 지붕의 시장 근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양한 종류의 하몽, 쵸리죠, 고다 치즈, 감바스 알 하이요, 깔라마리 튀김, 양송이와 감자 볶음 등 넉넉한 양의 타파스가 술이 모자랄 정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어르신들의 비중이 높다 보니 충분히 즐기기는 어려웠지만 그라나다에 비해 양질의 타파스와 샹그리아를 맛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음에 좋은 기회로 자유 여행을 가게 된다면, 좋은 와인을 잔뜩 맛 볼 수 있는 와이너리 기행으로 꾸며보아야겠다.  

 

바르셀로나의 밤을 마지막으로, 몬세라트 수도원만 들르면 이 여행도 완전히 끝이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전 세계의 언어를 할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만으로도 즐길 거리는 많지만, 교류의 범위는 현지의 언어보다 좁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기술이 조금 더 발달되면, 이마저도 쓸 데 없는 고민이 되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우리는 이제 곧 한 세기의 20년대에 접어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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