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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알함브라 궁전, 그라나다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1. 11.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12] 알함브라 궁전의 속살 :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

 

 

본격적으로 그라나다의 명물 알함브라 궁전을 파헤쳐 보는 시간. (똑똑똑) 

 

알함브라(AL HAMBRA)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빨간 성이라는 뜻이다. 벽면에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붉은빛을 띠기도 하지만 석양빛을 받으면 더욱 붉어지는 외관 탓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난 글은 아래 링크에서 참조하시기 바란다.

 

https://mintviolet.tistory.com/29

 

그라나다 여행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11] 그라나다 여행을 수놓는 알함브라 궁전 론다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 그라나다에 저녁 무렵 도착했다. 이곳 출신이신 버스 기사님께서는 이곳 일정을 마치고 퇴근하신다고 했다...

mintviolet.tistory.com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명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사랑하는 전 세계의 인파들이 아침 댓바람부터 몰려든 알함브라의 입구. 여권까지 확인하며 거의 입국 수속이나 다름없이 깐깐하게 검사를 한다. 스미스 요원 복장을 한 경호원들이 무작위로 추가 조사를 하러 불러 내기도 한다. (투어 시간이 빠듯한 스페인 패키지여행 관광객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오픈 시간에 맞춰 와도 대기 시간이 매우 길다. 자유 여행객이라면 감안하여 일찍일찍 서두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함브라 궁전 투어를 한 전체 시간보다 여기 입구의 알함브라 표지판을 본 시간이 더 길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석류'를 뜻하는 그라나다 답게, 석류꽃이 일행을 반긴다. 그라나다 시내 곳곳에도 석류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유럽의 따뜻한 지방이라면 자주 마주치게 되는 사이프러스 나무. 오솔길이 정답다.

 

궁전의 작은 건물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산책길을 따라 알함브라 궁전 내부 투어가 이루어진다. 줄이 끊이는 순간이 없기 때문에 큰 그림은 거의 조망하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사진을 찍으려 해도 화각 안에 사람이 안 걸리는 곳이 거의 없다.

 

멀리 보이는 알바이신 지구와 정원 외곽의 모습. 대체적으로 관리가 잘 된 듯, 안 된 듯 오묘한 인상이다. 요즘 말로 '꾸안꾸'라 해야 하나... 

 

아름다운 회랑과 꽃과 관광객. (슬픔) 

 

아름다운 분수와 관광객 222

 

그리고 아주 드물게 찍을 수 있는, 사람 없는 정원 사진이다.

 

정원 초입이 아름답기 때문에 내부 투어의 줄이 한참 정체될 수 있다. 앞쪽을 먼저 뛰어갔다가 돌아와서 찍으면 그나마 사람이 안 잡히는 각도에서 찍을 수 있겠지만...(이라고 하는 순간에도 사람이 찍혔다) 여의치는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애써서 볼만한, 아름다운 회랑의 모습이다.

 

이 좋은 풍경 속에서 조용히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텐데, 아쉽다.

 

입구 초입의 회랑과 작은 정원을 지나면 이 구간에서 또 정체가 시작되는데, 포도나무와 흰 꽃의 넝쿨이 굉장히 아름답다. 은은한 향이 이 구획을 가득 채워 기다리는 데 그리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 구간에서 굉장히 짜증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긴긴 기다림을 감내하고 나면 알함브라 궁전의 여름 정원 헤네랄리페(GENERALIFE)가 나온다. 처음에 영문으로 정보를 찾다가 제너럴 라이프라는 업체가 왜 이렇게 구글에 도배를 했나 착각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익숙한 철자를 가진 헤네랄리페 정원은 궁전 입구에 위치한 카를로스 5세 궁전, 성 외벽인 알카사바(AL CAZABA), 나스르 궁전과 함께 알함브라 궁전 내부 투어에서 꼭 봐야 하는 주요 명소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방문에서는 나스르 궁전 입장이 제한되어 들어갈 수 없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모두가 저 위치에서 인생 사진을 건지고 싶어하기 때문에 줄이 빠지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헤네랄리페 정원의 초목 사진이 많이 남았다.(...)

 

저기, 다 찍으셨으면 자리 좀...이라는 텔레파시를 보내 보았지만 별 수 없었다.

 

벽을 열심히 찍는 수밖에.

 

궁전 초입의 정원은 다른 곳을 먼저 보고 다시 가볼 수도 있겠지만 헤네랄리페 정원은 그렇지 않다. 뒤로 몰려 있는 인파를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아무리 다시 안 볼 사람들이라지만, 관광지에서도 서로서로 배려를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바로 전날 산니콜라스 전망대에서서 본 가옥들도 이런 기와를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 알함브라 궁전 내부에서 더욱 자세히 기와와 처마에 쓰인 돌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한옥의 기와 같기도 하면서, 어쩐지 쿠키처럼 부스러질 것도 같은 모습이 신비롭다.

 

 아까 전의 인기 포토스팟 바로 뒤편이 이 공간인데, 한 편에 건축자재 일부를 만져 볼 수 있게끔 전시를 해 두었다. 

 

음각으로 정교하게 꾸민 아름다운 외벽 타일과 천장 아래 이음새(우리로 치면 서까래 끝 부분)를 꾸미는 석조 장식이었다. 차가운 대리석의 질감이 좋다. 여기서 바로 뒤를 돌면 여행 책자에 많이 나오는 그 뷰가 펼쳐진다.

 

남의 인생샷과 또 다른 남의 인생샷 사이, 짧은 찰나에 담은 헤네랄리페 정원의 전경.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그늘진 부분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나스르 왕조가 군림하고 있던 시절에는 훨씬 아름다웠을 것이다. 알함브라 궁전 자체가 레콩키스타로 탈환된 이후 초반에는 증축하여 별궁 등으로 썼지만 거의 버려져 있다시피 했던 기간이 길다는 현지 주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뭔가 관리가 안 된 것 같은 인상을 받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죽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곳을 마지막으로 통치하던 나스르의 보압딜 왕이 그의 아내 모라이마 왕비와 한 잘생긴 기사의 외도를 가만히 지켜만 본 나무에게도 벌을 내렸다고 한다. 귀족 가문의 기사 몇을 잡아다 그 목을 매달아 놓기도 했다고. 과연 성군은 아니었겠구나 싶다.

 

헤네랄리페 정원을 빠져나오면 외벽 근처로 그라나다의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작은 산책로가 나온다.

 

목가적인 풍경이 발길을 잡는다. 잠시 등을 기대어 쉬었다 가도 좋은 구간이다. 오밀조밀 심긴 장미와 오렌지 나무, 풀꽃들이 향긋한 내음을 풍긴다.

 

왠지 익숙한 굴뚝과 기와가 정감있게 생겼다.

 

좁은 산책로를 빠져나오면 외벽을 따라 넓은 길이 펼쳐진다. 우측으로는 정원을, 좌측으로는 곳곳의 성벽과 문을 볼 수 있다.

 

여러 문 중에서도, 이 문이 가장 슬픈 사연을 가진 문이다. '7층 탑의 문(PUERTA DE LOS SIETE SUELOS)'이라 명명된 이 문은 보압딜 왕이 이사벨 1세와 페르난도 2세에게 항복하면서 알함브라 궁전의 열쇠를 넘겨주기 위해 쓸쓸히 걸어 나온 문으로, 누군가가 다시 이 문을 사용할 수 없도록 영원히 폐쇄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요새의 역할도 했던 알함브라 궁전의 남쪽에 위치한 이 문은 포탑을 지키는 데 사용되던 탑 앞쪽에 위치한 지하 감옥 때문에 '우물 문'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요새를 방어하는 지하 7층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지하 2층까지만 조성이 되었었다고.

 

알함브라 궁전 외벽 근처에 이런 우물 같이 생긴 통로가 있었는데, 7층 탑의 문 밖에도 이런 구조물이 있었던 모양이다. 드라마를 안 봐서 잘 몰랐는데 현빈이 갇혀 있던 장면에서 등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뭇 여성들이 너도나도 들어가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을 보니 사실인가 보다.

 

우측 정원은 구획을 나누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데, 초입에서 느꼈던 관리가 된 듯 안 된 듯한 오묘한 연출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관리가 잘 된 공간이 나타나는데, 주차가 되어있다.(...?) 알고 보니 이곳은 개인 사유지로, 호텔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아니 어떻게?) 호텔 로비도 중요한 유적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출입을 허락해주고 있었다.

 

호텔 입구를 수놓은 아름다운 보랏빛 덩쿨꽃.

 

얼핏 보면 종유석 같이 보이기도 하는 호텔 로비 천장 구조물의 모습이다.

 

여기도 헤네랄리페 정원과 마찬가지로, 외벽에 음각된 아름다운 문양이 화려하면서도 담백하게 장식되어 있다.

 

알함브라의 개인 소유 호텔을 빠져나와 카를로스 5세 궁전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볼 수 있는 돌로 마감된 타일 장식도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의 궁궐들처럼 성벽 안에도 집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집터가 남아있다. 스페인 유치원생들이 단체로 견학을 온 모습도 보였는데, 아이들에겐 민속촌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드디어 카를로스 5세 궁전에 도착했는데, 기형적인 외관에 적잖이 놀랐다. 그렇다고 특별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괴상한 느낌.

 

스페인 정부차원에서 버리는 카드(?)인가 싶을 정도로 보수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다소 징그러운 모습의 성의 없는 외벽. '뭔가 장식은 해야겠는데 귀찮다, 에이 몰라!'하고 구멍을 뽕뽕 뚫어 놓은 것이 아니면 저렇게 외벽 마감을 할 일이 있겠나 싶다.

 

엉성한 모양의 석조 장식도 영 신통치가 않다. 이 궁전은 카를로스 5세가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였으나 세금 부족으로 결국 완공되지 못했고 아무도 살지 않은 궁전으로 흉물스럽게 남게 되었다고 한다.

 

다만 울림이 좋은 내부의 구조를 활용하여 가끔 음악회가 열리기는 한다고. 안쪽도 굉장히 투박하다.

 

무결점 하늘만은 완벽한 카를로스 5세 궁전.

 

카를로스 5세 궁전을 빠져나와 망대 쪽으로 가는 도중 포도주의 문(와인 문)이 보인다. VINO는 스페인산 와인 라벨에서도 자주 볼 수 있듯, 와인이란 뜻이다. 이 문 뒤편에서 병사들을 위한 와인 장터가 열리곤 했다고 한다.

 

와인처럼 붉은 와인 문의 아치. 다른 쪽 성벽보다 유독 붉게 채색된 듯하다.

 

몇 개의 문을 지나, 망대로 향하는 성벽 쪽 외곽길로 접어들었다. 이 성벽 구간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의 외벽, 알카사바이다. 벽이 약한 탓인지 제비가 정말 많이 날아들며 구멍 사이로 집을 짓고 있었다.

 

구멍마다 제비가 있다고 생각하니 귀여운 한편, 좀 징그러운 느낌도 있다.

 

드디어 한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알바이신 지구. 붉은 벽만 보다가 하얀 건물들을 보니 눈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전망대가 여러 곳에 있는데, 더 높은 곳에 한 번에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올라가는 길에 그늘이 전혀 없고, 올라가서도 마찬가지인지라 오랫동안 서있기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풍경을 먼저 감상하는 편이 체력 안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약간 불안불안해 보이는(?) 망대의 외벽. 안전한 거 맞겠지...?

 

새로운 문명으로 초대하는 것만 같은 망대의 입구.

 

올라가는 길에 난 창문마저 비밀스럽다. 절대 총이나 화살을 맞지 않을 것 같은데, 조망도 안 될 것 같은 점은 함정!

 

이쪽은 좀 사정이 낫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지만, 탁 트인 그라나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알카사바의 뷰를 보는 순간 다리의 통증을 잊게 된다.

 

비밀스러운 지도 같기도, 컴퓨터의 회로 같기도 한 망대 아래의 집터. 옹기종기 모여 살던 나스르 왕국의 백성들은 어디로 떠나갔을까?

 

360도를 다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아래편 망대에서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알카사바 투어의 팁이다.

 

귀여운 종탑과 흩날리는 스페인 국기가 인상적인 알카사바.

 

알바이신 지구도, 알함브라 궁전도, 이상하게도 멀리서 보아야 더 아름답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아야 하는 신비한 도시 그라나다. 

 

 장난감 같이 보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제비와 집터와 사람들로 채워진 알함브라 궁전 알카사바. 

 

후문을 통해 알함브라 궁전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단체 견학을 온 유치원생들이 이쪽 문의 반대편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문을 찍는데도 아이들을 찍는 줄 알고 인솔하는 선생님들이 우리 일행에게 소리를 지르며 경고를 보냈다. 역시 아이들에 있어서는 철저한 유럽이다. 한국의 아이들은 이렇게 관광객들로부터 보호 받고 있을까? 순간 의문이 들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마지막 모습. 작은 풀꽃이 붉은 벽과 어우러져 존재감을 뽐낸다.

 

알함브라 궁전을 나와 그 길로 직진하면 그라나다 시내로 이어진다. 역시 관광지답게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늘어서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다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꽤 저렴한 물건들이 많아 잠시 짬을 내어 구경하기 좋았다.

 

그라나다 시내에는, 아침부터의 강행군으로 인한 허기를 달랠 만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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