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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칭다오 여행 (칭다오맥주박물관)

by 응댕이를쳐라옹 2020. 1. 5.

지난 11월 마지막 주, 가족들과 갑자기 칭다오 여행을 가게 되었다. 패키지여행을 즐기지는 않지만, 롯데관광에서 하얏트 호텔을 포함한 구성이 괜찮게 나왔기에 알아본 것이다. 평소 같으면 일본을 갈 시기인데, 일본어를 잘하시는 엄마마저도 이제는 일본 말고 다른 가까운 나라를 가보자고 하셔서 난생처음 중국이란 곳을 여행지로 삼게 되었다.

 

 

 

 

 

 

 

칭다오(청도)는 일본만큼이나 깨끗하고 잘 갖춰진 대도시인데다 인천에서 1시간 4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어서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롯데관광 칭다오 패키지의 선택관광은 칭다오 맥주박물관, 와인박물관, 해천만쇼, 마사지, TV타워 등이 있는데 마사지에는 큰 관심이 없는 우리는 맥주박물관과 와인박물관, 해천만쇼를 선택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가이드를 만나고 버스를 탔다. 칭다오 류팅 국제공항까지는 인솔자가 따로 없기 때문에 비자 심사 등을 일행들이 알아서 받아야 하는 점이 좀 불편했다. 공항 직원들도 어디로 가라고 안내를 하기보다는 순서대로 서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굉장히 불친절한 편이어서 입국 심사를 받으면서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얼핏 보면 경기도 어느 신도시 같아 보이기도 하는 칭다오의 도로변 풍경. 그러나 조금 있으면 금방 유럽식 건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칭다오는 1900년대에 독일 사람들이 들어와 독일식 건물을 짓고, 하수 시스템 등 도시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기초 설비를 다져 놓는 역할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떠난 이후의 배수 공사를 염려해서 하수 설비가 있는 곳곳마다 근처에 스페어 파이프를 묻어 두었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10여 년밖에 머물지 못할 것이라는 걸 예견하지는 못했겠지만, 대단한 장인 정신이다. 

 

 

 

 

이번 칭다오 여행 일정 중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바로 칭다오 맥주박물관이었다. 맥주 제조 기술 또한 1900년대에 머무른 독일인들이 전수해 준 것이라고 한다. 맥주박물관까지 가는 길엔 온통 해산물 안주를 다루는 맥주집이 늘어서 있었다.

 

 

 

이른 오후였기 때문에 대부분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  발 밑 맨홀 뚜껑도 맥주를 든 동물들이 새겨져 있을 만큼 칭다오의 맥주 사랑은 일상 속에 녹아있었다. 

 

 

 

역시 해안 도시이기 때문에 갖가지 해산물을 다루는 식당이 많은 것 같다. 물론 패키지여행이어서 칭다오 여행 중 마음에 드는 식사를 하기는 어려웠지만 자유 여행으로 온다면 이쪽에서 가벼운 안주를 시켜먹어도 좋을 것 같다. 

 

 

 

칭다오 날씨는 서울보다 체감 온도가 10도는 낮은 것처럼 느껴졌다. 영상 7-8도인데도 바닷 바람이 강하게 부는 데다 일교차도 커서 영하의 날씨처럼 으슬으슬했다. 추위를 잘 타지 않는 내가 춥다고 느꼈을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어딘가를 구경하기보다는 차 안에 얼른 돌아오는 편을 택하는 등 예상치 못한 추위에 고전을 하는 모습이었다.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칭다오 맥주박물관의 입구 앞 전경. 너른 공터여서 더더욱 추위가 엄습했다. 한 겨울에는 어떻게 칭다오 여행을 하려나 싶다. 칭다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옷을 단단히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좁은 입구를 지나면 바로 현재에도 활용되고 있다는 저장 설비가 나온다. 칭다오 맥주박물관은 1903년 독일이 칭다오를 강점하면서 세운 '게르만 맥주회사 칭다오 주권 회사'가 전신이며, 이후 1914년 일본이 칭다오를 강점한 후에 '일본 맥주 주식회사 칭다오 공장'으로 이름이 바뀌었었다고 한다. 1945년 일제가 물러난 후 중국의 국민당이 이 공장을 접수하여 운영하고 있다.

 

 

 

곳곳에 맥주를 제조하는 사람 모형이 있고 원료가 되는 보리와 홉 등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해놓았다. 

 

 

 

어둡고 으스스하면서 습도가 높은 편이라 관람하면서 쾌적함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흥미로운 자료도 많고 전시 구성을 잘해놓았다.

 

 

 

디자인 면에서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 맥주 공장에 비할바는 못 되지만 패키지 역사를 다룬 인쇄물도 군데군데에서 볼 수 있다.

  

 

 

전시관을 지나면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줄을 서서 기다리면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종류의 맥주라고 했는데, 약간 에일에 가까운 맛이어서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마트나 공항에서 살 수 있는 1리터짜리 원액 맥주가 훨씬 고소하고 맛있다. 

 

 

 

맥주를 들고 붉은 포토존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마시고 나면 근처에 맥주잔 수거함이 있으니 그곳에 놓고 다음 전시장으로 이동하면 된다. 다음 구간은 실제 생산 설비를 볼 수 있는 곳인데, 여기에는 사람 모형이 아닌 진짜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왼편 창문으로는 캔이, 오른편 창문으로는 병이 찍어져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 길목을 지나면 세계 각지의 도시를 배경으로 만든 칭다오 맥주 포스터가 쭉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 배경만 하나 찍어보았다.

 

 

 

1903년부터 이어져 온 칭다오 맥주박물관의 역사를 소개해놓은 전시장에는 실제로 사용되었던 병마개 압축기 등의 기계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출구 쪽에 서 있는 뚱뚱한 고양이 그림을 보니 우리 집 둘째 고양이가 생각났다. 출구 쪽에는 기념품샵과 함께 아주 넓은 시음 공간이 있는데 여기는 식사도 팔면서 아예 펍처럼 운영되는 곳이다. 가이드가 안내해주어 한 잔 더 무료로 시음할 수 있었다.

 

 

 

 

이전에 다른 국가로 패키지여행을 갈 때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 칭다오 여행 가이드는 여행 내내 맥주나 간식거리도 사비를 들여 사주시고 실질적으로 어떤 물건이 좋은지, 뭘 사면 안 되는지 등의 꿀팁도 많이 알려주셨다. 동생과 동갑인 젊은 가이드였는데 여행을 마치면서까지도 일행 내부에서 칭찬이 자자했다.  (박창건 가이드님 감사합니다.) 

 

 

 

쇼핑센터 방문이 일정 중 전혀 없는 패키지였기 때문에 오히려 기념품을 사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일행 중에 요청하시는 분이 있으면 짬짬이 시간을 내어 직접 공수해다가 가져다주셨다.

 

다음 방문지는 이번 칭다오 여행 중 잠깐이나마 야시장의 느낌을 느껴볼 수 있었던 피차이위엔 꼬치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는 길에 점등된 맥주 거리의 불빛이 유독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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