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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좋아, 가끔은 Travel Abroad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성 가족 성당)

by 응댕이를쳐라옹 2019. 12. 8.

[스페인포르투갈패키지여행 #15] 가우디의 마지막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성 가족 성당이라는 뜻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카탈루냐가 낳은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최후의 걸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26년 가우디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나이는 73세였으며, 당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공사는 겨우 1/4 정도 진척이 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성당 전체를 고르게 쌓아 올리는 편이 당연히 더욱 견고하게 성당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온전히 기부금을 모아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적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당 전면만이라도 빠르게 만들어야 했다고 한다. 그래야만 그 웅장한 모습을 보고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작열하는 6월의 태양 아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첨탑이 녹아내릴 듯했다. 성당 근방은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까지도 어떻게든 외관 구경이라도 하려 몰려들기 때문에 상당히 붐볐다. 입구와 출구 경계가 명확하고 수시로 지키는 인력이 있었으나 아주 삼엄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사방이 꿈틀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전면부는 흡사 크롬과 동으로 만든 거대한 성배처럼 보였다.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 혹은 깊은 동굴 속의 종유석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성당의 전면부는 좌중을 압도하며 거친 숨을 내쉬는 듯했다. 거친 덩어리들이 넘실대는 배경 위로, 깔끔하게 조각된 천사들이 비파와 하프를 울리며 방문자들을 맞이한다.  

 

웅장한 전면부와는 대조적으로, 아직 공사 중인 좌측 상단부 첨탑은 색을 입힌 과실 형상을 올려놓아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새로 올려지는 부분의 대리석 자체가 굉장히 하얗기 때문에 미리 공사가 진행된 전면부와는 전혀 다른 건물인 듯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자, 입구 바깥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천장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곧, 미래의 어느 공간으로 순간이동한 듯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내부의 신비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웅장한 외관만큼이나 쭉 뻗은 기둥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마치 고대의 원시림을 연상케 한다. 

 

아직도 공사 중인 성당인 만큼, 구조가 너무나 미래적이어서 마치 게임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총천연색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곳곳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주었다. 따뜻한 색감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벽면에는 석양이 지지 않았고, 천장까지 파랑과 초록이 가득 메운 반대편 스테인드글라스와 조명은 성당 안에 신록의 여름을 가져다 놓았다.

 

찬란함을 더하는 황금빛과 붉은 색으로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에는 반가운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김대건 신부님을 지칭하는 'KIM'. 맨 아래 칸의 좌측 끝, 파란 스테인드글라스 안에 쓰여 있다. 

 

빛이 나무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효과를 연출하여, 마치 숲 속에서 산림욕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어두침침한 기존의 성당들과 완전히 다르게, 굉장히 밝은 느낌이다. 

 

자작나무 숲 속에서 아침을 맞는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기둥과 스테인드글라스의 매력에서 잠시 헤어 나와 보면, 이제는 조명과 천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천장은 현대의 훈장과 브로치를 맞붙여 수놓은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조명 또한 애니메이션 속 어느 가상의 왕국 저택에 있을 것만 같은 특이한 모양들이었다.

 

세월이라는 필터가 적용되지 않은, 새하얀 외벽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지금은 어색해 보여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더욱 성숙한 아름다움을 뽐낼 것이다.

 

 

출구 방면으로 나오면 네오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후면부가 나온다. 금방이라도 전투를 위한 함대가 튀어나올 것 같은 웅장한 직선 기둥이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출구 바로 옆 쪽으로는 어린 학생들의 신학교 건물로 쓰였다는 아기자기한 버섯 모양 지붕의 건물이 있는데 내부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옛날 우리나라의 소학교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긴 줄에 비해 관람 시간이 짧아 아쉬웠지만 바르셀로나에 할애된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도리는 없었다. 출구 쪽에서 사진을 찍어도 원체 거대한 건물이라 잘 나오지 않아 근처 공원으로 가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안토니 가우디의 사후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 하니, 조금 더 먼 미래에 다시 찾아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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